배우 황석정이 40대 초반까지 말을 나누지 않을 만큼 멀었던 어머니를 다시 바라보게 된 과정을 털어놨다.
29일 방송된 MBN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배우 임현식과 황석정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황석정은 “한 세 살 때부터 엄마만 보면 경기했다”며 “너무 무서웠다. 싫었다”고 어린 시절을 떠올렸다. 어머니 역시 훗날 황석정에게 “네가 세 살 때 어느 시점부터 내가 옆에만 가도 경계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황석정은 “저는 막 사랑받고 싶은 욕구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게 채워지지 않았다”며 어린 나이에 동생을 업고 다니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엄마랑 한마디도 안 해봤다. 40대 초반까지”라며 “너무 싫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저한테는 마녀 같은 거였다”고 털어놨다.
그렇게 떨어져 지내던 어느 날 어머니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수술을 받은 어머니는 “병원비 내야 되는데 어떡하지? 나 지금 방금 수술을 했다”고 했고, 황석정은 “그 말을 듣자마자 바로 모시고 왔다”며 매니저를 보내 어머니를 데려온 뒤 수술비를 부담하고 함께 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오랜 응어리가 곧바로 풀린 것은 아니었다. 황석정은 “엄마한테 너무 맺힌 게 많다 보니까 같이 살면서 그걸 막 풀려고 애를 썼다”고 말했다.
그러다 어머니를 바라보는 방법을 바꿨다. 황석정은 “우리 연기자들은 어떤 인물을 생각할 때 파란만장한 역사 안에서 살고 있는 한 캐릭터로 생각하지, 엄마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저는 그냥 그 캐릭터로 분석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정말 똑똑하고 뭔가 꿈이 있지만 전쟁이 일어났고, 제대로 사랑받지 못했고 원하는 걸 이룰 수 없었다”며 어머니가 살아온 시간을 하나씩 들여다봤다.
이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끝없이 꿈이 좌절되는 걸 맛본 그 시대에 살았던 한 소녀가 보이는데, 그게 나인 거예요”라며 “깜짝 놀라면서 엄마의 모든 게 이해되기 시작하는 거예요”라고 말했다.
황석정은 “지금도 어머님을 보면 ‘우리 엄마’ 이렇게 보이는 게 아니라 그 소녀로 보여요”라며 “그때부터 어머님에 대한 미움이 없어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계속 어머니와 대화하려 노력한 끝에 이제는 자식들 가운데 자신이 어머니와 가장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 같다고 했다. 황석정은 “어머님도 제가 친구처럼 된 거예요”라며 어머니가 달라진 두 사람의 관계를 두고 “야, 우리한테 기적이 일어났다. 절대로 있을 수 없는 기적이 일어난 거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