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그룹 god로 데뷔한 ‘19살의 소년’ 손호영은 ‘국민그룹’으로 정점을 찍고, 2026년 솔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음악적 여정을 향한 당찬 첫걸음을 다시 내디뎠다.
물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손호영이 걸었던 모든 길이 평탄했던 것은 아니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던 만큼 때로는 사람들의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고, 넘을 수 없는 벽 앞에서 주저앉기도 했다. 20주년을 맞이해 새롭게 발표한 ‘고 어라운드’(Go Around)를 통해 손호영은 그동안 마주했던 수많은 시선과 세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완벽하지 않아도 자신만의 색과 멜로디로 내일을 채워가겠다는 솔직한 진심을 녹여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고 어라운드’는 오랜 시간을 함께해 준 팬들을 향한 고백이자,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건네는 응원이다. “god로 데뷔한 우리는 정말 행운아이고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손호영은 “그만큼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했고, 책임감도 컸다”며 ‘국민그룹’이라는 왕관의 무게를 감당해 온 시간을 돌아봤다.
god가 데뷔한지 어느덧 2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god는 완전체로 활동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1세대 아이돌그룹이기도 하다. god가 이렇게 오랫동안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멤버들이 소소하다. 겁이 많고 두려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서로를 배려하고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유지되는 것 같다. 자기만 생각하면 유지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데 “팬들이 있잖아”라고 하면 모두 수긍한다. 그러니 당연하게 모이게 되는 것 같다.
우리는 가족끼리 싸운 뒤 화해하는 것처럼 푼다. 정말 오늘 헤어질 사람들처럼 크게 싸우다가도, 조금이라도 미안하다고 하면 금방 풀리는 사람들이다. 물론 풀리기 전까지는 정말 화가 난다. 그런데 막상 마주 보고 용기를 내서 이야기하면 그렇게 눈물이 난다.
아이돌 선배로서, 후배들이 이끌어 가는 현 K-POP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들 것 같다.
지금이 5세대라고 하는데, 아이돌들이 점점 더 완벽해지는 것 같다. 빈틈이 없어질 정도다. 앞으로는 g.o.d 같은 그룹이 나오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는 허점도 많고 부족한 점도 많은데, 그게 g.o.d만의 색인 것 같다.
지금의 아이돌을 보면 준비와 연습 과정이 정말 세밀하고, 전략도 완벽한 것 같다. 대단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다. 너무 깔끔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다.
이번에 신곡 ‘고 어라운드’를 발표하지 않았느냐. 노래를 듣고 난 멤버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멤버들은 제일 늦게 들려주고자 한다. 저의 변하지 않는 성격 중 하나가 ‘욕은 최대한 나중에 먹자’다. (웃음) 쉽지 않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만들어놓고 그 다음에 의견을 들을 생각이다.
멤버들의 반응은, 별로여도 욕을 하고, 좋아도 욕을 할 것 같다.(웃음) 욕으로 유명한 분도 있지 않나. 반응은 뻔하다. 극적인 반응을 보이지도 않을 것이고, 끝까지 제대로 듣지도 않을 것 같다, 하하
멤버들 사이에서 god 내 유일한 아이돌로 꼽힌다.
가스라이팅이 아닐까 싶다, 하하. 멤버들 사이에서도 그렇고, 아직까지 나에게 꿈을 맡기는 것 같다. 왜 그런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애교 같은 것들이 내 색깔이자 장점인 것 같다. 그런 모습을 보고 호영이만큼은 할 수 있다고 해주시는 것 같다. 결혼도 하지 말라고 하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웃음) g.o.d는 감사하게도 대중이 많이 찾아주신다. 평소에 생각하지 않더라도, 가슴속 한 곳에는 넣어주시는 것 같다. 내가 솔로 20주년을 기념할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팬이고, 팬들이 나를 90% 이상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느끼는 마음가짐이 남다른 것 같다.
무대에서는 아직도 스무 살이라고 생각하고 한다. 자동으로 모드가 바뀐다. 솔직히 너무 즐겁다. 아직도 정말 재미있고, 장난을 많이 치고 싶다. 행복한 장난을 치면서 그 즐거움을 함께 느끼고 싶다.
준비할 때는 예민하다. 사소한 것을 많이 본다. 줄이 어긋나거나 맞지 않는 것이 정말 싫다. 연습할 때는 그런 부분을 신경 쓰는데, 막상 콘서트가 시작되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틀려도 재미있고 웃기다. 그만큼 공연은 다른 것 같다.
god로 활동한 시간까지 포함하면 가수로서는 20년을 훌쩍 넘는다. 지금도 계속 무대에 서게 만드는 가장 큰 동력은 무엇인가?
가수라면 모두 알 것 같다. 무대에 서는 순간만큼 기다려지는 순간이 없고, 그 순간만큼 좋은 순간도 없다. 준비하면서 예민해지고 힘들고 스트레스를 받아도 무대에 올라가면 다 풀린다. 그건 무대에 올라가 있는 사람만 알 수 있는 감정이다. 하지만 모든 무대가 다 끝나고 나면 반동이 심하다. 부작용인 것 같다. 콘서트가 마무리되면 이후 두 달 정도는 무기력한 것 같다. 의욕도 없다. 다음 공연이 결정되고 연습에 들어가면 그 무기력함이 사라진다.
그래서 취미도 찾아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풀리지 않더라. 무대를 해야 풀린다. 내 최고의 도파민은 무대다. 그 무엇도 무대가 주는 즐거움을 이길 수 없을 것 같다.
god로 데뷔한 우리는 정말 행운아이고 운이 좋은 사람들이다. 그만큼 관리도 철저하게 해야 하고, 책임감도 크다. 예전에는 내가 둥글둥글하고 긍정적인 사람인 줄 알았다. 그런데 스스로의 예민함을 알게 됐고, 이를 인정하기까지는 쉽지 않았다.
웨이브 예능 ‘TXT의 육아일기’에서 깜짝 게스트로 출연해, 25년이 지나도 변함없는 ‘왕엄마’의 면모를 뽐내며 화제를 모았다.
사실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촬영장에 들어선 순간 순간적으로 ‘육아일기’가 세포에서부터 떠오르는 느낌이었다. 촬영을 하면서 더 생각이 났는데, 나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민폐끼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갔는데, 나도 모르게 그렇게(육아를) 하고 있더라. 의도한 모습은 아니었다. (웃음)
‘god의 육아일기’는 2000년대 초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특히 ‘재민이’와 왕엄마 손호영의 관계는 모두가 알 정도로 끈끈했는데, 그 어린 재민이도 어느덧 성인이 되고, 직장을 다닐 나이가 됐다. 성인이 되고난 후 다시 만났던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아직도 연락을 하는지 궁금하다.
계속 연락을 이어온 것은 아니다. 요즘 아이들은 답장이 느린데, 그게 나와는 잘 맞지 않는다. 나는 답장이 느린 것을 잘 못 견딘다. 내 휴대전화에는 안 읽은 메시지를 표시하는 ‘1’이 없다. 답장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도 일단 확인은 한다. 나는 뭐든 빨리빨리 하는 편이다보니, 조금 급한 면이 있다.
20년이라는 시간동안 많은 부분이 변했지만, 반대로 변하지 않은 지점도 있을 것 같은데 무엇이 그대로 일까?
성향은 잘 안 변하더라. 내가 예민하다는 것도 잘 알고, 완벽한 것을 추구한다는 것도 안다. 그와 동시에 제가 바라는 ‘완벽함’을 이루기 쉽지 않다는 것도 잘 안다. 원하는 것과 실제 모습이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피곤하게 살 운명이라는 것을 받아들였다. 나는 앞으로도 피곤할 같고, 이건 어떻게 할 수 없는 저의 모습인 것 같다, 하하.
연예계 데뷔 27년차, 솔로 데뷔 20년차인 지금은 ‘손호영의 색’을 찾았을까?
많이 찾은 것 같다. 일단 저에 대해 조금 더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됐다. 가수 손호영은 무엇을 잘하고, 어떤 장점을 가진 사람인지를 생각하게 됐다. 제 입으로 직접 말하기는 부끄럽지만, 내 목소리가 유니크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발전시켜서 팬들 앞에 대중들 앞에서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 나만의 강점을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손호영의 색’을 찾아가는 방향성이지 않을까 싶다.
솔로 데뷔 20주년을 맞이한 지금, 자신의 예민함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뒤 손호영은 뭐가 달라져 있을 것 같은가?
10년 뒤에는 정말 이 예민함을 내려놓고 싶다. 그런데 다들 이제는 아시지 않느냐. 예전에는 10년 뒤가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10년이 그렇게 긴 시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제가 성격은 급한데 또 변화는 느린 편이다. 10년 뒤에도 크게 바뀌지 않을 것 같다. (웃음)
god는 3년 뒤면 3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2019년 20주년 기념 앨범 ‘THEN & NOW’ 이후 신보가 나오지 않은 것에 대한 팬들의 아쉬움이 있다. god의 신곡은 언제쯤 나올까?
나도 항상 아쉽고, 저 뿐 아니라 멤버들 모두 아쉬운 마음이 있다. 아마 기다려주는 분들보다 우리가 더 원할 것 같다. 특히 지금 g.o.d의 위치에서는 신곡을 내는 일이 더 어렵다. 관심을 많이 가져주시니 곡을 선택하기도 쉽지 않고 부담도 크다. 그러다 보니 계속 밀리는 느낌이다. 30주년 안에는 억지로라도 할 것이다.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