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신연경 기자] ‘네모공주’ 방송인 박경림이 어느덧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MC, 연기자, 가수, 예능인에 이어 영화 전문 MC로 자리매김한 그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이끌어내는 ‘토커(Talker)’에서 온전히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리스너(Listener)’로 변신을 예고했다.
1998년 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여름캠프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방송에 입문한 박경림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았다. 재치있는 말솜씨로 듣는 이들의 귀를 사로잡은 그는 ‘뮤직뱅크’ MC를 비롯해 ‘일밤’, ‘느낌표’, ‘동거동락’, ‘X맨’ 등 당대 간판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2007년 결혼에 이어 2009년 한 아이의 엄마가 된 박경림은 한 단계 성장하는 시간을 가졌다.
“20년을 돌아보면 참 다양한 일이 있었다. 운 좋게 마이크를 잡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 감사하지만 여성, 엄마로서 살아가는 부분은 평범한 것 같다. 나도 아이를 처음 키우다보니 시행착오도 겪고 내 자신이 없어지는 경험도 했다. 나를 찾기 위해 공연도 시작했고, 지금 생각해보면 20년 동안 스스로에게 있어 많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는 일들에 감사하다.”
방송인 박경림이 데뷔 20주년을 맞이했다. 사진=위드림컴퍼니 제공
1999년 국내 최초로 대학로에서 토크콘서트를 진행했던 박경림이 데뷔 20주년을 기념해 오는 10월 19일부터 21일까지 이화여자대학교 삼성홀에서 ‘리슨콘서트’를 개최한다. 20년쯤 열심히 살아본 젊은이, 20년을 열심히 돈 버는데 힘쓴 이, 20년 넘게 함께 살아온 부부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겠다고 하니 뜨거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2014년 자신의 이름을 건 토크쇼로 대중들 앞에 선 박경림이 관객들이 주인공이 되는 짜여지지 않은 리슨콘서트로 예측불허 만남을 갖는다.
“지난 20년 동안 말하는 사람으로 지내왔는데 ‘앞으로 나의 20년은 어떻게 해야할까?’하는 고민이 많았다. 사실 말이 많다고 잘하는 건 아니다. 때론 말하는 게 부족하다는 생각도 한다. 정말 말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면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잘 들었을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을 할 수 있고, 잘 듣는다는 건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다. 말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은데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더라. 앞으로는 내가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웃음)”
20년을 방송인으로 열심히 살아온 박경림은 자신처럼 20년 정도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장을 마련했다. 그는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맛있는 식사를 한 끼 차리는 일이라며 그 식사를 완성하는 것은 관객들이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준비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해 노력 중이라는 그 역시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궁금하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1999년도에 토크 콘서트를 최초로 시작했다. 21살이었던 당시 무작정 어린 마음에 ‘가수들은 노래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배우는 연기를 보여주는데 그럼 방송인은 이야기로 소통하면 어떨까?’하는 무모한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땐 ‘누가 돈 주고 들으러 오겠냐’면서 주위사람들이 반대했다.(웃음) 이후 결혼하고 아이 낳고 말 못할 힘듦이 있더라. 자연스럽게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얻게 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때 일과 육아에 지친 사람들을 위로하는 콘서트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토크콘서트를 열게 됐다.”
박경림이 오는 10월 ‘리슨콘서트’를 개최한다. 사진=위드림컴퍼니 제공
관객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을 때 가장 행복하다는 박경림은 초등학교 5학년 때 꿈을 꾸기 시작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 ‘나도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소녀 박경림은 친구의 급체로 우연히 학년 행사 MC를 맡으며 방송인을 꿈꾸게 됐다. 유명인이 됐을 때 어색할까봐 지금의 사인도 중학교 1학년 때 미리 만들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다.
“어릴 땐 평범하게 살았고 다 그렇게 사는 줄 알았다. 부모님 말고는 아무도 ‘너 뭐하고 싶니?’라고 물어본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에게 큰 영향을 받았기에 나도 도움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1반 반장이 소풍 때 MC를 맡기로 했는데 급체를 했다. 2반 반장인 내게 기회가 주어졌는데 당시 58명씩 13개 반이었다. 그 많은 친구들 앞에서 마이크를 처음 잡고 난 뒤 ‘마이크 잡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때 사인도 미리 만들었다.(웃음)”
지금까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박경림은 준비된 방송인인 듯싶다. 그러나 그에게도 남모를 고충은 있었다. 그는 그동안 사람과 대화하면서 고민을 들으면 해결해줘야 한다는 강박을 갖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공연을 통해 공감, 유대감만으로도 얻는 힘이 크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공감과 응원의 힘을 깨닫게 됐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깊이있게 들어줬을 때 한 사람의 삶을 정말 의미있게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관객들도 ‘리슨콘서트’를 통해 진짜 듣는 게 뭔가라는 걸 같이 느낄 수 있을 것.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제는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어주고 싶다.
인생의 흐름은 늘 롤러코스터 같다는 박경림은 끝으로 “지금 돌이켜보면 어릴 때 너무 큰 사랑을 받았다. ‘내가 해드린 것도 없는데 응원하고 사랑해주셨을까?’ 생각해보면 이제는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드려야 할 것 같다. 길가다가 처음 보는 아주머니, 경비원 아저씨와도 대화를 나눈다. ‘다 이렇게 사는구나’하는 느낌을 받는다. 함께 살아가는 분들을 응원하고 소통하며 오래오래 마이크를 잡고 싶다”라는 꿈을 이야기했다.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