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가족이야기 ‘기생충’…`우리 모두가 기생충` [솔직리뷰]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도형 기자

한국영화 100년 역사 상 첫 황금종려상 수상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다 못해 조바심이 난다.

한 마디로 '대단하다.' 기존 영화의 전개방식을 무너뜨린다. 희극으로 출발해 드라마 그리고 서스펜스로 마무리된다. 감독은 관객들을 자신의 의도대로 마구 휘젓는다. 주제도 명료하고 전달도 깔끔하다. 복잡하게 머리 굴리면서 해석하려 들지 않아도 된다. 그렇다고 유치하지 않으니 참 잘 만든 영화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나면 씁쓸하다. 영화를 본 사람은 누구나 '내가 기생충'이라고 여기게 된다. 봉준호 감독이 보여주고 싶었던 건 '스스로를 돌아봐라'였던 것 같다.

낮은 곳, 그보다 더 낮은 곳에서 ‘기생충’은 시작한다. 기택(송강호 분)의 가족은 반지하 집에 주저앉아 좁은 창밖을 올려다보며 세상을 이야기한다. 보통의 가정에서 TV를 보는 것과는 다르다. 사실 기택의 집에는 TV조차 없다. 이는 기택과 그의 식구들이 처한 현실을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지극히 협소하고 제한돼 있다.

기택 아들 기우(최우식 분)의 친구 민혁(박서준 분)은 그 높게만 보이던 세상에서 내려온 한 가닥 동아줄이었다. 비록 잘못된 방법이지만 민혁은 기우에게 과외 자리를 주선하며, 전원백수 가족에게 소득을 제공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기우와 그의 가족은 승은을 입은 듯 감사히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30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기생충' 포스터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30일 개봉한다. 사진=영화 '기생충' 포스터
그리고 기우는 비록 거짓말로 시작된 관계지만 박사장(이선균 분)과 연교(조여정 분)의 니즈를 완벽히 만족시킨다. 이들은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채워주며 공생하는 관계로 발전한다. 다만 기우의 욕심이 커질수록 공생은 점차 기생으로 변하게 된다. 기생은 어느 한 쪽이 이익을 얻는 만큼 다른 한 쪽은 반드시 피해를 보는 관계다. 달리 말해 기생충의 욕심이 커질수록 숙주는 점차로 생명력을 잃고 죽어간다. 기생하는 과정에도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한 것이다.

영화 속 박사장 가족은 숙주, 기우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은 기생충이다. 박사장네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 분)도 마찬가지로 기생충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기우의 욕심은 끝이 없다는 점이다. 그것은 긍정적인 것도 부정적인 것도 아니다. 젊은이의 치기, 꿈, 열망 무엇이라 부르던 관계없다. 숙주 입장에서는 그저 두 기생충의 차이점일 뿐이다.

물론 기우의 가슴에 담긴 상위 계층에 대한 동경은 그의 아버지 기택에게서도 엿볼 수 있다. 나아가 모든 기생충에게서 발견되는 공통점이다. 가령 기택은 연교의 모자란 구석에 대해 ‘순진하다’ ‘부자니까 착하다’ 등의 표현으로 포장한다. 무조건적인 찬양이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은 영화 곳곳에 그런 믿음이 허구임을 표현하고 있다. 박사장과 연교 역시 그저 똑같은 사람이다. 차이가 있다면 살아가는 주변 환경이 다를 뿐이다. 기택네 집은 좁은 창문을 올려다봐야하고, 박사장네 집 창문은 넓다.

‘기생충’이 흥미로운 점은 대단히 많은 메시지들을 잘게 나누어 담아냈다는 점이다. 여기에 뻔한 클리셰는 동원되지 않았다. 자연스럽고 유쾌한 전개로 영화를 재밌게 즐길 수 있게 한다. 덕분에 몇 번이고 다시 보며, 놓쳤던 메타포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는 봉준호 감독의 특징이자 강점이다.

아울러 극의 흐름에 따라 1인칭과 3인칭을 오가는 자연스러운 시점 변화도 박수 받을만하다. 관객은 숙주와 기생충, 관객의 입장을 오가며 상황을 더욱 객관적으로 지켜볼 수 있다. 어느 누구의 감정선에도 과하게 몰입하지 않도록 만든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생각이 다르듯 관객은 끝까지 극 중 인물들의 생각을 온전히 읽을 수 없다.

덕분에 모든 것은 추측으로 남게 된다. 10명이 봤다면 10개의 의견을 만들어내고, 100명이 봤다면 100개의 의견을 만들어낸다. 어떤 것도 규정되지 않는 것. 봉준호 감독은 그것을 해냈다. ‘기생충’은 어떤 장르의 영화인지조차 규정하기 힘들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기묘한 가족들의 이야기 ‘기생충’은 그 끝자락인 30일에 개봉한다. mkculture@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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