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그동안 봐온 공효진의 로코물의 복사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편견뿐인 세상에 웅크리고 있는 동백과 만나 곧 만개할 공효진의 진가를 몰라서 하는 소리다.
지난 18일 첫 방송된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극본 임상춘, 연출 차영훈)은 편견에 갇힌 맹수 동백이 직진밖에 모르는 남자 용식과 만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공효진이 연기하는 동백은 타인의 편의에 의해 몇 가지 단어로 재단되어 얄팍함 속에 살아가는 인물이다.
옹산이라는 지역에 내려와 홀로 술집 까멜리아를 운영하는 동백에게는 아들 필구(김강훈 분)가 있다. 동백이 처음 옹산에 왔을 때 주민들은 그의 유모차를 보고 “바깥양반은?”이라며 남자의 존재를 묻고, 남편 없이 혼자라는 동백의 답변에는 “과부 아니냐”라는 편협하고 무례한 질문이 꼬리를 물었다. 술집을 열었을 때는 남성 손님들에게 손목을 잡히고, 이웃 여성들에게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비단 옹산뿐만 아니라 세상 그 어디에도 동백이 설 자리는 없었다.
‘동백꽃 필 무렵’ 공효진 사진=천정환 기자
‘동백꽃 필 무렵’은 공효진과 강하늘의 조합이라는 표면적 이유 때문인지 흔히 봐오던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로 취급받았다. 더군다나 ‘공효진 이퀄 로코퀸’이라는 공식이 10년도 넘게 이어져오니 그도 그럴 만하다. 그런데 그 단편적인 공식에 갇히기에 ‘동백꽃 필 무렵’과 동백을 연기하는 공효진은 어딘가 좀 아깝다.
‘상두야 학교 가자’(2003), ‘건빵선생과 별사탕’(2005), ‘파스타’(2010), ‘최고의 사랑’(2011), ‘주군의 태양’(2013), ‘질투의 화신’(2016)처럼 대놓고 연애세포 자극하는 핑크빛 로코물의 주인공부터 ‘고맙습니다’(2007), ‘괜찮아, 사랑이야’(2014)와 같이 마음 한쪽이 뻥 뚫린 듯한 느낌을 주는 인물까지, 공효진은 경계 없는 연기를 펼쳐왔다. 그러나 ‘파스타’의 당돌한 서유경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대중은 공효진에게서 로맨틱 코미디 속 핑크빛 무드를 자유자재로 만끽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을 쉽게 놓지 못했다.
‘동백꽃 필 무렵’ 포스터 사진=KBS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동백꽃 필 무렵’ 속 동백은 너무도 박복해서 어린 아들마저 그를 안쓰럽게 여긴다. 오죽하면 “나 빼고 세상 사람들이 다 엄마를 싫어하니까 내가 엄마를 지킨다”고 말할 정도로 주변 사람들 모두가 동백을 싫어한다. 일생을 혼자서 살아온 동백과 만난 공효진의 얼굴은 익숙한 듯 낯설다. 동백은 들릴 듯 말 듯 작은 목소리일지언정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을 하대하려 드는 이들을 향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다. 그리고 공효진은 주변의 눈치를 살피는 것 같으면서도 강단 있는 동백을 안정적인 화법으로 표현한다. 여기에는 우리가 흔히 봐온 로코물의 공효진은 어디에도 없다. 걸크러시 기운을 내뿜는 전작들의 캐릭터와 달리 하도 외로워서 외로움 그 자체가 되어버린, 그래서 스스로 섬이 되기로 한 동백을 그리는 공효진은 쉽게 손 내밀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인 감정을 연기한다.
늘 봐오던 공효진의 로맨틱 코미디 연기라고 재단한다면 정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곱씹을수록 간담 서늘해지는 대사와 생각의 여지를 남기는 장면들 속에 놓인 공효진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외에 누가 과연 동백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