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청스러운 배우 조진웅은 코미디 장르와 만났을 때 막강한 시너지를 발휘한다. 영화 ‘퍼펙트맨’ 속 조진웅의 코믹 연기는 제대로 물 만난 듯 넘실댄다.
‘퍼펙트맨’(감독 용수)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 영화다. 조진웅이 철없지만 속은 따뜻한 건달 영기, 설경구가 남모를 아픈 과거를 가진 로펌 대표 장수를 연기한다.
영기는 의대를 준비하는 동생 한 명을 데리고 굴곡진 인생을 지나온, 그리고 앞으로 그보다 더한 미래가 기다리는 인물이다.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든 폼나게 살아보겠다고 조직 보스 범도(허준호 분)가 키운 회삿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모든 건 물거품으로 돌아간다. 이 모든 사실을 보스에게 들키고 죽은 거나 다름없는 목숨을 부지하던 중 어떤 일을 계기로 사회봉사를 명령받고 찾은 요양원에서 장수를 만난다.
영기의 매력은 진지해야 할 만한 상황에서 진지하지 않다는 데서 온다. 그 매력을 십분 살리는 건 오로지 조진웅의 능력이다. 무시무시한 조직에서 꽤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영기이지만 그가 자부심을 갖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패션’이다. 화려하다 못해 튀는 재킷을 자랑스럽게 걸치고 조직 모임에 가는 당당함이 은근 귀여울 정도다. 그런 영기가 못마땅한 듯 범도는 수표 몇 장을 던지며 “정장 한 벌 맞춰 입어라”고 말한다. 이 장면에서 둘 사이 흐르는 긴장감은 ‘퍼펙트맨’이 어느 정도 느와르의 틀을 표방한다는 걸 상기시킨다.
컷이 바뀌면 영기의 진지한 얼굴이 스크린 가득히 찬다. 조직을 배반하려는 큰 결심이라도 한 걸까 싶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앞에서 패션을 논해?”다. 상황과 대사의 불일치에서 오는 재미는 작정한 슬랩스틱 코미디보다 웃음 포인트가 높다. 이후 영화는 장수의 사망보험금을 타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기를 비춘다. 대놓고 장수가 죽기를 바라는 영기는 너무도 뻔뻔하고, 그를 연기하는 조진웅은 더없이 능청스럽다.
조진웅은 그동안 ‘끝까지 간다’(2013), ‘우리는 형제입니다’(2014), ‘완벽한 타인’(2018), ‘광대들: 풍문조작단’(2019) 등 코미디가 가미된 영화에서 강세를 보였다. 주특기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의 안정적인 타율을 가졌고, 브로맨스 케미도 뒤지지 않는다. 고향인 부산을 무대로 물 만난 듯 뛰논 조진웅. ‘퍼펙트맨’과 만나 농익은 코미디를 마음껏 펼친 그의 거침없는 주특기는 이번에도 매력적이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