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X코스타 가브라스, 부산에서 전한 공감과 신념(종합)[MK★BIFF현장]

매경닷컴 MK스포츠(부산 우동)=김노을 기자

그리스 거장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났다. 이미 세계적 명성을 얻은 두 감독은 한국과 그리스의 공감대로 뜨거운 이야기를 이어갔다.

6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그리스 출신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과 박찬욱 감독의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가 열렸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1958년 영화 ‘Rates, Les’로 데뷔해 ‘제트’(1969), ‘의문의 실종’(1982), ‘뮤직박스’(1989), ‘아멘’(2002), ‘낙원은 서쪽이다’(2009) 등을 연출했으며, 박찬욱 감독은 1992년 ‘달은... 해가 꾸는 꿈’으로 데뷔한 후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등 다수 작품을 통해 전 세계 관객과 만났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이날 행사는 당초 오전 11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교통 정체로 인해 30분가량 지연됐다. 뒤늦게 무대에 오른 박찬욱 감독은 “늦어서 죄송하다”라는 사과와 함께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신작이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어른의 부재’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감독님의 신작을 보고 20대 감독이 만든 영화가 아닌가 싶을 만큼 깜짝 놀랐다”며 “비판정신은 여전히 날카로우며 화산이 터지듯이 에너지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흔히 나이 들면 예술가들이 현인이 된 것처럼 모든 걸 용서하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생각하지만 이분은 아직도 용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감상평을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가 90년대 겪은 IMF처럼 그리스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은 아주 공감할 수 있다. 그 이면에 어떤 과정이 있었고, 민중의 저항은 어땠는지를 담았다. 진보지지자들의 노력과 실패도 그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나는 젊은 영화인들에게서 너무나 많은 걸 배운다. 박찬욱 감독도 내게는 젊은 감독이기 때문에 많이 배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 감독에게서도 많이 배우는데, 새로운 감수성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후배 영화인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또 “나이가 들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변하는데 열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며 “주변을 비판적 시선으로 응시하면서도 사랑의 관점을 잃지 않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박찬욱 감독은 그리스 등 유럽 국가를 배경으로 첫 드라마 시리즈 ‘리틀 드러머 걸’을 연출한 바 있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이 그리스에서 촬영한 기억을 묻자 박찬욱 감독은 “행복한 기억이다. 신전에서 촬영하는 건 최초의 일이라 안팎으로 시끄럽기도 했지만 겨우 촬영 허가를 받아 하루 만에 찍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신전을 마주했을 때 느낀 숭고한 감정을 평생 잊지 못하겠더라. 그리스 문명의 위대함도 있지만 옛 사람들의 지혜와 동서양을 막론하고 존재하는 시간의 연속성을 생각하며 큰 감동을 받았다”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 박찬욱 감독 사진=천정환 기자
사회 비판적이고 강렬한 영화를 만들어온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정치적 감독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기도 하다. 이에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은 과거 국립무용단에 몸담았던 때를 언급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국립무용단의 조수로 있었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육체의 아름다움을 많이 배웠다. 신체를 통해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같은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은 나를 정치적인 감독이라고 부른다”며 “그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많은 뜻을 요약해 그렇게 부르는 것 같다. 그러나 정치에 영감을 받기보다 정치적인 게 진행되는 상황 속 일들에 영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것에는 정치적 상황이 깔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요즘 드는 생각은 정치는 정치보다 경제를 통해 진행되는 것 같다. 그래서 모든 건 정치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견해를 전했다.

끝으로 박찬욱 감독은 ‘어른의 부재’ 엔딩에 대해 “정신 바짝 차리고 봐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아주 깔끔하게 마무리 지어서 좋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해 관객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한편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2일까지 영화의전당 등 부산 일대에서 초청작 303편을 비롯 월드 프리미어 120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30편을 상영한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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