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알모도바르, 그 누구의 삶도 껴안는 대담함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스페인 영화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동시대 영화인 중 가장 감각적이고 대담한 이단아다. 강렬한 색채에 기반한 미장센, 모계 서사, 결말을 모른 채 무턱대고 모험에 몸을 던지는 인물 등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요소들은 어느 하나 눈여겨 보지 않을 것이 없다.

코미디에 스릴러를, 스릴러에 코미디를, 멜로에 판타지를, 판타지에 멜로를 덧칠하며 각종 장르 사이를 마치 집 앞 마당 뛰어놀 듯 하는 거장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사진=ⓒAFPBBNews=News1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키치한 감수성으로 그려낸 어머니 서사들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에서 ‘어머니’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스페인의 정열과 혼란을 강렬한 미장센으로 담아내는 그는 세밀한 감정 하나 놓치지 않는 감수성과 키치한 감성으로 필름을 적신다. 때로는 지나치게 현란하더라도 말이다.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1980년 영화 ‘산 정상의 페피, 루시, 봄 그리고 다른 사람들’로 데뷔해 ‘나쁜 버릇’(1983), ‘내가 뭘 잘못 했길래’(1984), ‘마타도르’(1986), ‘욕망의 법칙’(1987)을 지나 1988년 개봉 당시 스페인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을 기록한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로 베니스국제영화제 최우수각본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얻었다. 실내 소동극 형태의 독특한 형식이 매력적인 이 영화는 감독 특유의 팝아트적 미장센이 돋보인다. 여기에 물불 안 가리고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 그려내는 서사가 묘한 재미를 준다.

영화 ‘귀향’ ‘내 어머니의 모든 것’ 포스터 사진=영화 ‘귀향’ ‘내 어머니의 모든 것’
영화 ‘귀향’ ‘내 어머니의 모든 것’ 포스터 사진=영화 ‘귀향’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감독의 모녀 드라마 출발점은 1991년 ‘하이 힐’이다. 15년 만에 다시 만난 엄마처럼 유명한 팝 가수가 되고 싶은 딸 레베카가 가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증오심으로 변하며 일어나는 일을 그린다.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은 아직까지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중 걸작으로 꼽힌다.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등을 수상한 이 영화는 문학을 좋아하는 아들과 함께 살던 어머니가 일순간 아들을 잃고 그 결말을 알 수 없는 길에 오르며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는다. 아들의 죽음 이후 홀로 남겨진 이 여자에게는 여자가 되어 나타난 남편과 조우, 전 남편의 아이를 가진 수녀와 만남이 기다리고 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여성, 어머니라는 테마를 감독은 대담하게 그렸다. 모녀, 어머니 서사에 천착하던 페드로 알모도바르는 ‘귀향’(2006) 이후 10년 동안 모녀지간 드라마를 내놓지 않았다. 어머니로부터 잠시 떠나있던 그를 다시 어머니 품으로 불러온 건 ‘줄리에타’(2016)다. 감독의 많은 영화들이 그랬듯 ‘줄리에타’의 줄리에타는 완벽히 채워지지 않은 과거의 공백으로 향한다. 그 걸음 끝에 누가 혹은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모르면서도 길을 나서는 여성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영화를 읽는 중요한 지점이다.

영화 ‘페인 앤 글로리’ 포스터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페인 앤 글로리’ 포스터 사진=제이앤씨미디어그룹
◇ 거장의 솔직한 속내 ‘페인 앤 글로리’ ‘페인 앤 글로리’는 전작 ‘줄리에타’ 이후 3년 만에 내놓은 신작으로 노년의 영화감독 살바도르 말로(안토니오 반데라스 분)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수많은 걸작을 만들어낸 살바도르는 약해진 몸과 마음으로 활동을 중단한 채 지내다 32년 만에 자신의 영화를 다시 보게 되고, 당시 미워했던 주연 배우 알베르토(에시어 엑센디아 분)를 찾아간다. 그 여정에서 살바도르는 자신의 과거와 조우하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영화 속 살바도르는 노년의 영화감독, 어머니에 대한 기억 등 여러 특징으로 미루어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자전적 성격이 엿보인다고 해도 무방하다. 감독의 솔직한 감정이 녹아들었을 법한 이 영화는 강렬했던 첫사랑과 이별, 찬란했던 욕망과 후회의 감정을 감각적 색채로 그린다. 이 작품으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제72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페인 앤 글로리’는 골든글로브, 아카데미 시상식을 비롯한 전미비평가협회상 등에 후보 지명되거나 수상하며 저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내달 5일 개봉한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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