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거윅, 여성 공동체의 시각으로 바라본 세계 [김노을의 디렉토리]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연출자의 작품·연출관은 창작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영화, 드라마, 예능 모두 마찬가지죠. 알아두면 이해와 선택에 도움이 되는 연출자의 작품 세계. 자, 지금부터 ‘디렉토리’가 힌트를 드릴게요. <편집자주> 자신의 정체성을 온몸으로 새기고 싶은 소녀가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리고, 네 자매 중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는 남성 체제 사회에 몸을 내던진다. 그레타 거윅 감독이 그리는 여성의 세계란 그런 것이다.

그레타 거윅은 인간과 인간이 서로 복종하거나 한심한 권력놀이나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공동체의 삶을 공유하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나가는 성장을 이야기한다.

그레타 거윅 감독 사진=ⓒAFPBBNews=News1
그레타 거윅 감독 사진=ⓒAFPBBNews=News1
◇ 여성 공동체 속 주체적인 소녀와 여성 지난 2018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연출작 ‘레이드 버드’를 내놓은 그레타 거윅은 그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후보로 지명됐다. 공개 직후 평단은 올해의 베스트 영화라고 극찬하며 재능 있는 미국 여성감독의 탄생을 기뻐했다.

‘레이디 버드’는 미국 새크라멘토에 사는 17살 소녀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퍼슨(시얼샤 로넌 분)의 이야기다. 개성의 표출로 머리카락을 붉게 염색하고, 본래 이름 대신 ‘레이디 버드’라고 불리기 원하는 이 소녀는 세상 그 누구보다 특별한 존재이자 뉴요커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는다.

영화 ‘레이드 버드’ 포스터 사진=UPI코리아
영화 ‘레이드 버드’ 포스터 사진=UPI코리아
졸업까지 얼마 남지 않은 레이디 버드는 가족, 친구, 이성과 갈등을 겪는다. 엄마가 운전하는 차가 시속 몇 킬로로 달리든 무작정 차에서 뛰어내린 그는 핑크색 석고붕대를 하고 다닌다. 친구와는 여느 10대 아이들이 대개 그렇듯 시기와 질투를 동반한 우정을 쌓는다. 이성에 대한 사랑과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호기심도 수반된다. 무엇보다도 세상 가장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미래를 갈망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레이디 버드는 애정 어린 풍경으로 가득한 여성 공동체에 속한다. ‘레이디 버드’는 레이디 버드의 성장영화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 사는 10대 소녀를 주인공으로 하는 성장담은 으레 백마 탄 왕자 같은 남자친구 한 명 혹은 두 명을 등장시켜 ‘이성의 사랑 덕분에 성장’이라는 공식으로 귀결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레타 거윅은 애당초 그런 공식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영화의 중심에는 레이디 버드와 엄마의 서사가 놓이고, 형언하기 어려운 복잡한 관계를 맺는다. 극 중 레이디 버드처럼 새크라멘토에서 성장한 감독이 어떠한 시각으로 세계를 응시했는지 그 진정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자, 17살 소녀에게 엄마와 동성 친구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영향력을 가진다.

영화 ‘작은 아씨들’ 포스터 사진=소니 픽쳐스
영화 ‘작은 아씨들’ 포스터 사진=소니 픽쳐스
◇ 가족이자 친구인 공동체 ‘작은 아씨들’ 그레타 거윅이 이번에는 루이자 메이 올콧이 1860년대 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은 아씨들’의 7번째 리메이크작 메가폰을 잡았다.

내달 12일 국내 개봉하는 ‘작은 아씨들’은 아버지가 참전 중인 가운데 어머니와 네 자매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는다.

배우가 되고 싶은 첫째 메그는 엠마 왓슨, 작가가 되고 싶은 둘째 조는 시얼샤 로넌, 음악가가 되고픈 셋째 베스는 엘리자 스캔런, 화가가 되고 싶은 막내 에이미는 플로렌스 퓨가 맡았다. 저마다 확연히 다른 개성을 가진 자매들과 인연을 쌓아가는 이웃집 소년 로리 역은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하며, 그레타 거윅은 티모시 샬라메와 시얼샤 로넌을 전작 ‘레이디 버드’에 이어 연속 기용했다.

‘작은 아씨들’은 여성 공동체가 주된 모습이다. 원작 소설에서 네 자매와 어머니가 자리한 여성 공동체는 평등하다. 자매들은 태어난 순서에 따라 정해진 위계가 아니라 마치 친구처럼 서로를 위하고 걱정하며, 진심으로 응원한다. 이미 여성 서사에서 두각을 드러낸 바 있는 그레타 거윅이 그린 ‘작은 아씨들’은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 의상상, 음악상, 각색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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