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승리”…백인잔치 장벽 깬 ‘기생충’ 수상의 의미 [아카데미②]

매경닷컴 MK스포츠 김노을 기자

그야말로 ‘기생충’ 잔치다. 백인 중심의 로컬 시상식이라는 오명을 쓴 아카데미에 봉준호 감독이 남긴 족적은 틀림없는 변곡점이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101년 역사상 처음으로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올랐다. 비영어권 영화 첫 작품상, 아시아 영화 첫 각본상이라는 새 역사가 써진 날이다.

‘Oscars So White’. 백인 잔치라는 조롱을 면치 못한 아카데미에서 봉준호 감독이 높이 들어 올린 트로피는 이 시상식의 여러 변화를 의미하는 듯하다. 불과 최근까지만 해도 인종차별 논란에 휩싸였고, SNS를 중심으로 백인중심적 아카데미에 대한 ‘Oscars So White’ 운동이 매해 전개되고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석권했다. 사진=ⓒAFPBBNews=News1
영화 ‘기생충’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석권했다. 사진=ⓒAFPBBNews=News1
그러나 올해 아카데미는 진일보했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인종·젠더 다양성, 화합과 균형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이루고 있는 가운데 아카데미가 작품상 트로피를 ‘기생충’에 안긴 것도 변화를 시작한 시대적 흐름과 관련이 있다. 게다가 ‘기생충’이 계급·계층의 차이, 빈부의 격차를 주제로 한 영화라는 점도 꽤 의미심장하다. 외신도 아카데미 변화의 정점에 위치한 ‘기생충’의 수상에 주목했다. AP통신은 “92년 역사상 처음으로 작품상을 탄 ‘기생충’의 수상은 세계의 승리(a win for the world)”라며 “오래도록 비영어권 영화를 낮게 평가해온 미국 영화사에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기생충’의 수상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에 대한 비판을 이어온 이들이 지속적으로 요구했던 ‘포용력 있는 오스카’를 약속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평했다.

봉준호 감독 역시 아카데미의 변화를 유의미하게 받아들였다. 외국어영화상에서 국제영화상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첫 수상자가 된 그는 “상의 이름이 바뀌고 처음 받는 상이라 더 의미 있다. 이름이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오스카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박수를 보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기생충’을 작품상에 호명한 시상자로 원로배우 제인 폰다가 나선 것도 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그는 1960년 영화 ‘Tall Story’로 데뷔한 배우로서 바사르대학 재학 시절부터 운동권의 핵심 멤버였다. 특히 흑인인권운동, 여성운동, 베트남전쟁 반전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며 그중에서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속됐다.

제인 폰다는 작품상을 시상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말한 뒤 ‘기생충’을 호명했다. 여러모로 오래도록 회자될 뜨거운 역사의 현장이다. sunset@mkcultur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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