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비로소 상업영화로 새로운 필모그래피를 시작하나 싶었는데 뜻밖의 암초를 만났다. 윤성현 감독의 새 영화 ‘사냥의 시간’을 둘러싼 잡음이 안타깝다.
‘사냥의 시간’은 새로운 인생을 위해 위험한 작전을 계획한 네 친구들과 이를 뒤쫓는 정체불명의 추격자의 숨 막히는 시간을 담아낸 추격 스릴러로 지난 2010년 독립장편영화 ‘파수꾼’을 연출한 윤 감독의 10년 만 신작이다.
한국영화아카데미 25기인 윤 감독이 아카데미 장편영화 제작연구과정을 통해 만든 영화가 ‘파수꾼’이다. 당시 윤 감독은 ‘파수꾼’으로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상,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제3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기민하고 섬세한 연출력과 스토리텔러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영화 ‘사냥의 시간’ 윤성현 감독 사진=김영구 기자
이후 윤 감독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신작을 준비 중이라는 이야기만 무성했다. 작품성을 인정받은 독립영화 이후 신인 감독들의 다음 스텝이 대체로 상업영화 입봉이라면 윤 감독은 그 후 국가인권위원회 장편 옴니버스 프로젝트 ‘시선너머’의 에피소드 ‘바나나 쉐이크’를 공개할 뿐 특별한 공식 활동을 하지 않았다. ‘파수꾼’으로 평단의 호평을 받은 만큼 여러 러브콜이 있었지만 그게 곧 입봉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러던 중 드디어 나온 신작이 바로 ‘사냥의 시간’이다. ‘파수꾼’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배우 이제훈, 박정민과 다시 뭉쳤고 여기에 최우식, 안재홍, 박해수가 의기투합했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블레이드 러너’(1982), ‘에이리언’(1979), ‘터미네이터’(1984) 같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직선적인 서사 구조에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입힌 영화로,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파수꾼’과 비슷하지만 이전보다 훨씬 장르적인 색채가 짙어졌다.
지난 1월 31일 열린 제작보고회 당시 감독이 직접 “다른 방향성을 가고 싶었다고 말씀드리는 게 맞겠다”고 밝히며 기존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움을 예고해 기대감이 상당했다. 캐릭터의 심리 묘사를 섬세하게 쌓아올리는 특기를 가진 감독의 손을 거친 영화 속 다섯 인물의 명확한 개성과 존재감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지사였다. ‘파수꾼’ 이후 오랜만에 재회한 두 배우는 물론이거니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세계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최우식, 대세 배우 안재홍의 조합에 대한 기대도 높았다.
국내 개봉 날짜가 잡히기 전 한국영화 최초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갈라 섹션에 초청되는 경사 속 ‘사냥의 시간’은 순탄히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했고 2월 26일로 잡혔던 개봉일을 한 차례 연기했다. 사태는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장기화 됐다. 이와 동시에 ‘사냥의 시간’도 오랜 시간 골머리를 앓았고 결국 4월 10일 넷플릭스 전 세계 단독 공개 노선을 선택했다. 플랫폼 변경이라는 선택지를 택했더니 이번에는 또 다른 암초가 기다렸다. 해외세일즈를 맡은 콘텐츠판다와 국내 배급사 리틀빅픽쳐스가 ‘사냥의 시간’ 계약 및 넷플릭스 공개 여부를 두고 법적 분쟁에 돌입한 것이다. 법원은 일단 콘텐츠판다의 손을 들어줬고 영화는 다시 또 다른 선택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영화는 일종의 생명과도 같아서 그 생명력을 둘러싼 시간이 중요하다. 예비 관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화제성과 홍보 효과를 노려야 하고 그 관심이 채 사라지기 전에 관객이든 시청자든 만나는 게 관건이다. ‘사냥의 시간’은 제작보고회 이후 어느덧 3개월째 적당한 해답을 찾지 못하고 부유 중이다. 윤성현 감독의 새로운 영화, 거기에 ‘파수꾼’ 조합을 기다려온 영화 팬들에게는 전혀 달갑지 않은 시간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