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6부작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은 남들 눈에 보이지 않는 젤리를 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지닌 보건교사 안은영(정유미 분)이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는 고등학교에서 한문교사 홍인표(남주혁 분)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는 판타지 드라마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이제까지 볼 수 없는 히어로물이었다. 화려한 색감, 독특한 스토리와 연출,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드라마였다. 그래서 이상한데 묘하게 빠져들었다.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이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넷플릭스
처음에 낯설게 다가온 젤리는 인간의 욕망 덩어리다. 때로는 거대한 고래 젤리로, 때로는 징그러운 식인 두꺼비로 등장한다. 이런 젤리를 보는 안은영은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음은 ‘보건교사 안은영’ 이경미 감독 일문일답Q. 첫 넷플릭스 드라마를 연출한 소감은?
“이번 시리즈를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제가 ‘비밀은 없다’를 개봉하고 나서 다른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경험하고 싶은 생각이 일찍부터 있었다. 이유는 검열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유로운 창작을 할 수 있게 해주는 부분이 궁금했다. 그걸 경험하고 싶었다. 또 제가 만든 작품이 한시적으로 사라지는 게 아니고 누구든 원할 때 볼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그래서 이 플랫폼을 경험하고 싶었다.”
Q. 그동안 영화 작업을 많이 했는데 넷플릭스를 경험한 소감은? 차이점이 있었는지.
“영화랑 다른 점은 매우 다르다. 근데 제 시리즈가 드라마 같진 않다. 영화를 만들던 사람이라서. 저는 에피소드에서 에피소드로 넘어갈 때 클릭하고 싶게 만들었다. 영화는 기승전결로 완결해야하지만, 이건 50분 동안 스토리를 주고 또 넘어가고 싶게 만드는 것이 달랐다. 넷플릭스 시리즈라서 시즌제로 이어져야한다는 규칙이 있어서 신경을 쓴 부분이다.”
사진=넷플릭스
Q. 캐스팅이 화제가 됐다.
“주요 배역들인 은영(정유미 분), 인표(남주혁 분), 화수(문소리 분), 매켄지(유태오 분)는 기성 배우와 만났지만, 학원물이다 보니까 신선한 새로운 얼굴들을 캐스팅하고 싶었다. 오디션을 굉장히 많이 봤다. 이 배우에 이 캐릭터에 붙었을 때 더 흥미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배우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많이 본 거다. 송혜준과 심달기는 미쟝셴 단편 영화에서 인상 깊게 본 배우라 기억해뒀다가 이번 작품 결정을 하며 친구들의 리스트를 조감독에게 전달해서 오디션 리스트에 넣으라고 해서 만나게 됐다.”
Q.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한 호평이 쏟아졌다.
“추석 연휴에 많은 분들이 ‘안은영’을 보고 많은 의견들을 남겨서 다 찾아봤다. 쉬니까 확인하면서 여러 가지 다양한 의견들을 보고, 남편이 해외 반응을 체크해서 알려줬다. 보면서 믿기지 않을 정도로 좋았다. 호불호가 갈리긴 하겠지만, 좋아해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은 있었다. 그래도 생각보다 호가 많아서 기쁘다.”
Q. 은영의 사물함과 집에서 각종 영적 도구들이 등장했다. 동양적인 퇴마요소들이 많이 등장했다.
“은영이가 각종 영적인 도구를 수집하는 게 썰에도 있었을 것이다. 소설에 있거나 작가님이 주신 대본에 있거나 각종 영적 도구를 모으는 건 작가님에게서 나왔다. 봉숭아물을 들이는 것은 내가 이 시리즈에 한국적인 요소들을 곳곳에 넣으면 좋겠다고 느꼈다. 봉숭아물이 악귀를 물리치는 기능이 있다고 오래전에는 믿었다고 하더라. 은영이는 젤리를 물리치는 사람이니까 그 기억을 떠올려서 소환시켜서 봉숭아물을 드리면 어떨까 싶어서 넣어봤다. 학교괴담 같은건 기본적인 발상을 사람들이 그동안 살면서 익숙하게 접했던 것들을 이 안에 녹이려고 했다. 학교괴담 같은 거도 찾아 봤다. 해외에도 소개되는 시리즈리니까 외국인들이 볼 때 흥미로운 요소가 뭘까, 조금 한국적인 것들을 지루하지 않게 넣어봐서 외국인들이 볼 때 재밌게 느끼고 저것이 뭐냐는 질문을 했음 좋겠더라. 우리나라 사람에게 친근하게 느껴지길 원했다.”
사진=넷플릭스
Q. 다양한 젤리가 등장했는데, 시각화하기 위해 힘들진 않았는지.
“애를 쓴 부분은 소설에서는 젤리라고만 설명되어있는데 시리즈로 갈 때 이미지를 만들어야했다. 그래서 젤리라는 단서를 가지고 계보를 연구해보니, 50년대부터 슬라임의 계보가 있다. 미국에서는 만들어지고 상업영화로 만들어져왔다. 그 계보를 가지고 와서 쓰자고 마음을 먹었다. 젤리의 탄력성 귀여운 것들을 가져왔다. 은영이가 싸워야하는 상대이지만, 약간 징그러우면서도 귀여워서 난감한 느낌을 살려보고 싶었다. 귀여운데 징그러운 모습을 위해 공을 들였다. 가장 어려웠던 젤리는 투명한 젤리였다. 사실 고난이도였다. 특별히 애정한 것은 옴젤리다. 징그러운데 동시에 귀엽기도 해서, 먹을 때 씹히는 소리도 인상적이었으면 좋겠어서 신경을 많이 썼다.”
Q. 주변 영화인들의 반응은 어땠는지.
“박찬욱 감독님이 보시고 전화도 문자도 주셨다.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하셨다. 6부작으로 끝나니까 ‘정말 이렇게 끝낼라고 그러냐’고 ‘어떻게 된거냐’고 궁금해하셨다. 뒤 이야기를. 김지운 감독님도 굉장히 좋아하고 재미있어했다. ‘미친 이경미의 월드가 자랑스럽다’고 문자주셨다. 임필성 감독님도 에피소드 보고 전화를 해서 매우 좋아하셨다. 제가 여태까지 만든 작품 중에 가장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동안 해왔던 작업물 하고 대단히 다른 작업물을 만든 게 아니고 해왔던 길을 한 건데 더 사랑을 받는 점에서 주변사람들이 기뻐해주신 것 같다. 사랑받고 싶어서 딴 짓을 안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