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을 처단했지만 통쾌하지 않다. 캐롤 리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까. 1949년 작 <제3의 사나이>는 2차 세계대전 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혼란스런 유럽의 단상을 보여준다.
미국의 소설가 홀리 마틴스(조셉 코튼)는 친구 해리(오손 웰스)의 연락을 받고 오스트리아 빈에 도착하지만 홀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해리의 부음이었다. 장례식장에서 해리의 연인이자 배우인 안나(알리다 발리)를 만난 홀리. 홀리는 안나를 보는 순간 묘한 매력에 빠져든다.
홀리는 안나를 통해 해리가 살아 있으며, 페니실린 밀매를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홀리 앞에 나타나 도움을 청하는 해리. 하지만 홀리는 해리를 수사당국에 고발하고 끝내 지하 하수구에서 해리를 죽인다. 분명 해리는 악이고, 홀리는 악을 처단한 선이지만 승자는 아니다.
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엔딩 장면에 잘 나타난다. 해리의 두 번째이자 진짜 장례식을 마친 홀리는 마음속에 품고 있던 안나를 기다린다. 길게 드리워진 가로수 길에 차를 세우고 다가오는 안나를 바라보고 있는 홀리. 하지만 안나는 홀리에게 눈길 한 번 안주고 그냥 지나친다. 홀리는 점점 멀어져 가는 안나를 바라보며 담배를 꺼내 입에 문다. 안톤 카라스의 쓸쓸한 지타(Zither:오스트리아의 민속 현악기) 연주가 낙엽 사이로 흐른다. 이렇게 허무하고 여운을 진하게 남기는 엔딩이 또 있을까 싶다. 이래서 고전은 아름답다고 하는 모양이다.
1999년 영국영화연구소(BFI)가 선정한 위대한 영국영화 100편 가운데 1위에 오른 명작이다. 칸 영화제 그랑프리와 영국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 그리고 미국 아카데미에서 흑백 촬영상을 받았다.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