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는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담은 영화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중 한예리는 낯선 미국 땅 아칸소에서 희망을 지켜내려 노력하는 엄마 모니카를 연기했다.
‘미나리’는 A24가 투자를 맡고 브래드 피트가 설립한 영화 제작사 플랜 B 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한 미국 영화다. 한예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인 ‘미나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음악상, 총 6개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이는 오스카 역사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3개 부문에 동시에 후보에 오른 3편의 영화 중 하나로 기록되었으며, 작품상 후보에 선정된 최초의 아시안 아메리칸 필름으로 등극했다.
배우 한예리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판씨네마(주)
“관객들에게 좋은 피드백을 받고 좋은 결과가 있었다. 서로 울고 축하한다고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굉장히 뜨거운 느낌이다. 지금 좋은 소식도 들리고 있지만, 가까이 있지 못하고 있고 함께 작업한 분들이 곁에 없다. 그래서 지금은 담담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게 좋고, 다음 작업을 위해 붕뜨지 않은 상태가 오히려 감사하다. 그래도 좋은 소식이 들리는 건 너무너무 기쁘다.”
드라마 ‘청춘시대’ ‘스위치 - 세상을 바꿔라’ ‘녹두꽃’ ‘육룡이 나르샤’, 영화 ‘챔피언’ ‘춘몽’ ‘최악의 하루’ ‘사냥’ ‘해무’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한 한예리. ‘미나리’가 이렇게 주목받을 거라고 예상했을까.
“저는 처음 번역본을 받았다. 처음 번역을 받고 정확히 어떤 이야기인지, 모니카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빨리 감독님을 만나서 물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감독님을 만났는데 너무 좋은 사람이더라. 감독님의 이야기나 살아온 이야기가 저의 유년시절과 다르지 않았다. 한국 보통의 가정의 이야기라서 공감이 됐다. 제가 드라마 촬영 중이어서 스케줄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혹시라도 못하면 정말 좋은 배우를 소개시켜드리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한 건 아니다. 작은 영화라고 생각하고 재미있게 작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독님이 너무 좋은 분이라서 잘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그 안에 일조하고 싶어서 출연했다.”
배우 한예리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판씨네마(주)
한예리의 첫 할리우드 진출작은 성공적이었다. 특히 모니카를 통해 자신, 딸, 엄마, 아내의 모습까지 복합적인 측면을 디테일하게 펼쳐 인상 깊은 여운을 남겼다.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어서 제가 어렸을 때 추억했다. 그 시대 때 여성들을 생각했다. 어머니, 이모들, 할머니까지 다양한 여성상을 기억한 게 도움이 됐다. 일단 모니카도 저희 부모님처럼 이른 나이에 결혼했다. 본인의 성장과 아이의 성장이 같이 일어나서 성장통을 겪는 것 같더라. 저보다 모니카는 훨씬 덜 단단한 사람인 것 같았다. 타지에서 아이둘을 키우고, 가족의 위기 상황이 있어도 강한 사람이었다. 연기하면서 대단하다고 느끼고 많은 걸 배웠다.”
한예리는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에 출연해 유명세를 탄 스티븐 연과 부부 연기를 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스티븐 연은 어떤 배우였을까.
“열정도 많고, 본인이 조금이라도 불편하거나 다른 느낌이 왔을 때 ‘예리 어땠던 것 같아?’ ‘나는 어땠어?’라고 서슴없이 말하고 ‘나 도와줘’라고 말해서 건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자존심을 떠나서 이 작품을 위해 본인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아는 배우라고 생각했다. 또 본인이 이민자이기 때문에 본인의 이야기라고도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저도 스티븐이 진솔하고 진심으로 작품에 대하는 만큼 잘하고 싶었다. 스티븐의 마음을 보고서.”
대선배인 윤여정과의 모녀 호흡도 ‘미나리’를 풍성하게 만드는데 일조했다.
“영광이고, 선생님이 재치도 있고 매력적인 분이지 않나. 이런 유머가 현장에서 좋은 에너지구나, 필요한 에너지구나라고 생각했다. 저는 웃길 수 없는 사람이구나, 다시 태어나야 하는 구나 싶었다. 또 선생님을 통해 용기를 배웠다. 모르는 사람들과 외지에서 작업을 하시면서도 걱정없이 ‘두잇!’(DO IT) 하시더라. 저는 사실 걱정을 많이 했다. 근데 선생님을 보면서 뉘우치기도 했다. 또 솔직함도 배웠다. 남의 눈치 볼 거 없이 힘들면 힘들다고 하고 좋으면 좋다고 생각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외국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는데, 저희는 다 알고 있지 않았나. 좋은 연기를 보여주신 분이라는 걸. 이제야 미국에서 선생님을 알게 된 게 조금 아쉽기도 하고, 선생님이라는 좋은 배우를 그들이 알게 돼서 기쁘기도 하다.”
한예리는 ‘미나리’를 필모그래피에서 큰 전환점이 될 것 같은 작품이라고 밝혔다. “특별한 작품”이라고 거듭해 이야기했다.
“필모그래피를 떠나 제 인생에 좋은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이런 행운이 또 오면 좋지만 없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작품임은 틀림없다. ‘미나리’를 통해 제가 성장한 점은 좀 더 저라는 사람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은 각자 어떤 행동들을 할 때 이유가 다 있구나 생각이 들었다. 제이콥도 그렇고 모니카도 그렇고 가족을 지키는 방법이 다 다르지 않나. 근데 각자의 입장이 있는 거지, 나쁜게 아니지 않나. 그래서 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더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 것 같다.” mkc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