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타임 117분 동안 기다리고 기다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찌릿하게 만드는 한 장면을 위해.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는 뚜렷한 꿈도 목표도 없이 지루한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강하늘 분)가 어떠한 계기로 인해 아주 오랫동안 기억 속에 멈춰있던 친구를 떠올리며 시작된다.
기억 속 좋은 추억으로 남은 소연을 향해 영호는 무작정 편지를 보낸다. 소희(천우희 분)는 아픈 언니를 대신해 답장을 보내고 편지를 이어나간다. 삼수 생활을 이어가던 영호와 자신의 꿈은 찾지 못하고 엄마와 함께 오래된 책방을 운영하는 소희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무료했던 일상에 설렘을 느끼기 시작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진=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질문하지 않기, 만나자고 하기 없기 그리고 찾아오지 않기”를 규칙으로 둔 채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러던 중 영호는 12월 31일 비가 오면 만날 줄 것을 부탁하고, 매년 마지막날 소연을 기다린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다. 다소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에 심심함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보통의 청춘들이 현실에 순응하면서도 편지를 통해 위안과 용기를 주고 받기 시작하면서 어느 순간 영화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2003년과 2011년을 배경으로 한 아날로그 감성의 영화. 빨간 유체통, LP판, 헌책방, 가로본능 휴대폰은 스마트폰도 SNS도 없던 그때 그 시절의 정취를 담아내며 향수를 불어일으킨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사진= 키다리이엔티/소니픽쳐스
언제 받은 손편지가 마지막이었을까. 요즘 짧은 텍스트로 빠르게 소통하는 일상을 살고 있는 가운데, 손편지는 그때 그 감정을 떠올리게 하며 추억에 빠지게 만드는 장치로 사용된다. 이러한 볼거리는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신선함을, 그 시절을 지나온 관객들에게는 추억 회상을 빠지게 만들 것이다.
한편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오는 28일 개봉된다. mkulture@mkculture.com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