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앞둔 상태, 삶에 대한 의지는 없지만 죽음을 두려워하는 모습을 입체적으로 그렸다. 예민한 듯 보이면서 정의로운 캐릭터 기헌, 공유는 ‘서복’에서 연기 내공을 폭발시켰다.
영화 ‘서복’은 죽지 않는 복제인간과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로드무비로, 한국영화 최초로 복제인간을 소재로 다룬 영화다. 첫사랑의 설레는 감정을 생생하게 담아내며 신드롬을 일으킨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메가폰을 들었다.
공유가 극중 맡은 기헌은 정보국 안부장(조우진 분)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고, 극비 프로젝트로 서복을 목적지까지 이동을 시키는 인물이다. 공유는 예민하고 날선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는 등 섬세한 연기력으로 인물의 내면을 그려내, 믿고 보는 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이와 관련 공유는 화상인터뷰를 통해 영화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 공유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매니지먼트숲
Q. 이용주 감독, 박보검과의 촬영은 어땠나요?
“이용주 감독은 풍채에 걸맞지 않게 여리고 섬세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액팅을 주시는 입장에서 배우들이 불편한 걸 싫어하는 분인 것 같았다. 자유롭게 배우들이 하게끔 판을 열어주시는 분이었다. 또 의견을 많이 물어보신다. 가끔 의견을 많이 물어봐서 부담스럽기도 했다(웃음). 보검 씨는 워낙 인성이 바른 친구라는 걸 알았는데 ‘역시’였다. 작업 전부터 예상 했지만 작업하고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본인이 불편하고 힘든 내색을 안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컨트롤 하면서 집중력 있게 진중하게 연기를 하더라. 흠잡을 곳이 없었다.”
Q. 첫 장면에서 기헌의 피폐한 모습, 고통을 호소하는 모습 등이 인상 깊었다. 체중 감량 외에 어떤 준비를 했나요?
“욕심 같아서는 정말 사람들이 제 모습을 보고 더 피폐하게 보이고 싶었는데 준비할 시간이 적었다. 또 감독님이 건강상의 문제로 많이 말리셨다. 영화 끝날 때까지 시간이 기니까 무리하지 말라고 스톱을 시킨 부분도 있다. 제 입장에서는 기현의 전사를 다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에 초반에 관객들에게 이미지를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또 기현이 느끼는 고통의 나날이 첫 신에 드러났으면 했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하고 나름대로 신경을 쓴 부분이다. 아무래도 음식을 자유롭게 못 먹다 보니까 스태프들이랑 어울릴 시간이 없고, 혼자 숙소에서 보냈다. 그게 기현의 어둡고 외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배우 공유가 MK스포츠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매니지먼트숲
Q. 기헌은 죄책감을 가지고 살아가고, 시한부 삶을 살고 있지만 가벼운 농담을 던지기도 웃기도 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제가 생각한 톤은 더 다크하고 말수도 없고, 다른 사람하고 교류 없는 아웃사이더를 생각했다. 근데 감독님은 다르셨다. 기헌은 동료들과 농담도 자주하고, 라이트한 부분도 가진 사람인데 시한부를 선고받고 변화되지 않았을까라고 설정했다. 마냥 어둡고 말이 없고, 아웃사이더적인 캐릭터를 감독님은 재미없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Q. 코로나로 인해 개봉이 밀리게 되고, 지난해부터 기대작으로 주목을 받았던 작품이라 관객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부담감도 있었을 것 같다.
“제때 개봉을 하면 덜했을 텐데 그 전에 매체를 통해 홍보했기 때문에 시간이 조금 지났다 보니 기대치가 시간에 따라 올라갔다. 그래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다. 또 박보검 씨랑 같이 했다면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을 텐데.. 함께 했다면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
사진=매니지먼트숲
Q. 처음에 시나리오를 거절했다고 들었는데, 작품을 선택했다. 그 이유는 뭔가요?
“이 영화가 주는 물음이 뭔가 계속해서 뒷통수를 잡아당기는 느낌이었다. 거절했음에도 마음 속에 있었나 보다. 그러던 중 감독님이 적극적으로 연락을 해주셔서 감독님을 만나고 ‘서복’을 오랫동안 쓰셨고 어떤 고민을 하고 방향성을 가지고 갔으면 하는 진심 어린 대화를 들었다. 만약에 제가 영화를 해석한 것과 달랐다면 안했을텐데 저와 감독님이 일치를 해서 제가 해야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Q. 공유에게 영생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잡을 건지, 영화에서 ‘죽음’은 ‘잠을 자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묘사하는데, 죽음과 삶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요?
“저는 영생의 기회가 온다면 잡을 것 같진 않다. 죽음과 삶을 어떤 의미라고 어떻게 대답하기 어려운 것 같다. 요즘에는. 아주 어려운 단어 같다. 그래서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생각과 행동은 내 삶에 명이 다하기 전까지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게 지금의 저로서 최선인 것 같다.”
사진=매니지먼트숲
Q. 감독은 ‘서복’이 인간의 욕망에 대해 이야기를 담았다고 했다. 공유는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
“저는 사실 욕망이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타인이 바라보는 관점은 모르겠지만, 저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산다. 음.. 요즘 아시아인 혐오가 심하지 않나. 욕망이 있다면 사람이 평화롭게 살았으면 좋겠다. 타인을 향한 시기, 질투, 못난 것 때문에 싸우고 사이가 틀어지고 상처받는다고 생각한다. 인간들끼리 살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요즘에 보면 아시안 혐오도 그렇고. 저는 그런 게 너무 속이 상한다. 욕망하고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그런게 없어줬으면 좋겠다. 미국의 영화배우 덴젤 워싱턴이 한 시상식에서 했던 연설이 기억에 남는다. 특별공로상을 받고 ‘편협한 사람은 다른 사람 얘기를 하고, 멋진 사람은 그날의 사건에 대해 얘기하고, 위대한 사람은 아이디어에 대해 얘기한다’고 말했다. 제가 꿈꾸는 세상이다. 저는 적어도 제가 편협한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살아갈 것이고 그게 저의 욕망이다.”
Q. 올해로 데뷔 20년차가 됐다. 의미있는 해에 맞이한 ‘서복’은 공유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서복’은 영화가 질문을 던지는 것처럼 저에게도 질문을 계속 던질 것 같다. 시간이 지나도 영화가 잘됐었나 보다 질문을 계속 떠올릴 것 같은 영화로 남을 것 같다.” mkculture@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