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도, 동료도 모두 놀란 모습이었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가 믿을 수 없는 캐치를 보여줬다.
이정후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오라클파크에서 열린 탬파베이 레이스와 홈경기 1번 중견수 출전, 4회초 수비에서 얀디 디아즈의 타구를 잡아냈다.
타구 속도 105마일의 타구가 우중간 방면으로 26도 각도로 날아갔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이 타구는 기대 타율 0.920에 메이저리그 13개 구장에서 홈런이 될 타구였다.
한마디로 잘맞은 타구였다.
이를 쫓아간 이정후는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지만, 공이 글러브를 맞고 떨어졌다. 그러나 여기서 공이 계속 이정후의 왼 다리를 타고 굴러 내려오자 몸을 급하게 돌려 다리 사이에 공을 끼워 잡아냈다. 상대 벤치에서 비디오 판독 요청조차 하지 못한 완벽한 캐치였다.
더그아웃에서 이를 지켜본 밥 멜빈 감독은 “처음에는 무릎으로 잡았다는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며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그는 “처음에는 걱정됐다. 발목이나 어디를 다친 줄 알고 걱정했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리플레이 장면을 보고 주위에서 얘기하는 것을 듣고 무릎 사이로 잡아냈다는 것을 알았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꽤 좋은 플레이였다”며 말을 이었다.
선발 로건 웹도 “(무릎으로 잡은 것은) 생각도 못했다”며 당시 장면을 떠올렸다. “그냥 ‘잡았구나’라는 생각만 들었다. 리플레이는 따로 보지 않았다. 약간 이상한 장면이었지만, 믿을 수 없었다”며 동료의 호수비에 대해 말했다.
우익수 드류 길버트는 이 엄청난 캐치를 바로 눈앞에서 지켜 봤다.
그는 “꽤 미친 장면이었다”며 이 장면을 가장 좋은 자리에서 지켜본 소감을 전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결정적인 플레이였다. 위닝 플레이어가 해낸 위닝 플레이였다. 우리에게는 이런 장면이 필요했다. 오늘 우리는 결정적인 장면들이 많았고 그 수비도 그중 하나였다.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은 아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신인 외야수 길버트가 인상을 받은 장면은 또 있었다. “뭔가 재밌는 말이라도 해보려고 했는데 그는 바로 다음 공에 집중했다. 그가 어떤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정후의 집중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정후가 보여준 혼신의 수비 덕분인지 이날 샌프란시스코는 7-1로 승리, 7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멜빈 감독은 “훨씬 좋아졌다. 느낌도 그렇다. 한동안 우리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오늘도 초반에는 그랬지만, 웨비(로건 웹)이 마운드에 있었기에 느낌이 좋았다. 기회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돔(도미닉 스미스)이 3타점을 내줬다. 그러면서 다들 긴장을 풀 수 있었고 더 나은 스윙을 하며 점수를 더했다”며 이날 경기를 돌아봤다.
웹은 “오랜만에 최고의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날 승리를 자평했다. “우리는 계속 앞으로 가야 한다. 샌디에이고와 밀워키, 쉽지 않은 팀들과 원정 경기를 앞두고 있지만 오늘 좋은 경기를 했고 이를 계속 이어 나가기를 원한다”며 앞으로 다가온 원정 7연전도 선전을 다짐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