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아이돌 AB6IX를 보내며…브랜뉴뮤직과 라이머의 다음 챕터 [홍동희 시선]

“우리 사랑하는 에이비식스, 에비뉴, 브랜뉴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덕분에 저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었고 그동안 진심으로 행복했습니다.”

브랜뉴뮤직의 수장 라이머가 지난 25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남긴 문장은 통상적인 소속사 대표의 작별 인사와는 그 결이 사뭇 달랐다. “겁없이 뜨거웠던 제 젊음한테도 정말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는 덧붙임은, 그가 단순히 소속 아티스트 한 팀을 떠나보내는 것을 넘어 자신의 치열했던 한 시절까지 함께 정리하고 있음을 짐작게 한다.

업계의 관행적인 “앞날을 응원한다”는 건조한 문구 대신, 감정을 꾹꾹 눌러 담은 이 고백문은 브랜뉴뮤직과 보이그룹 AB6IX(에이비식스)가 지난 7년간 어떤 관계성을 맺어왔는지를 투명하게 보여준다.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앞서 브랜뉴뮤직은 공식 공지를 통해 AB6IX와의 전속 계약이 2026년 5월 25일부로 종료되며, 데뷔 7주년 기념 콘서트 ‘6IX TO SEVEN(식스 투 세븐)’을 끝으로 단체 활동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것은 회사가 이들을 명명한 수식어다. 브랜뉴뮤직은 AB6IX를 “브랜뉴뮤직의 첫 아이돌 그룹”이자 “당사에 새로운 음악적 방향성과 가능성을 제시해 준 의미 있는 팀”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이 문장에는 AB6IX가 지닌 상징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힙합과 R&B 기반의 아티스트 제작사라는 굳건한 이미지를 가졌던 브랜뉴뮤직이, 아이돌 산업이라는 거대하고 이질적인 정글 안에서 어떻게 생존하고 확장할 수 있는지를 몸소 증명해 낸 첫 결과물이 바로 AB6IX였다.

단순히 “우리도 아이돌을 만들 수 있다”는 객기가 아니었다. 멤버들은 기획 단계부터 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하며 ‘브랜뉴뮤직식 아이돌’이라는 독보적인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팬덤과 업계 안팎에서 라이머가 든든한 ‘보호자형 제작자’로 비쳤던 이유 역시, 힙합 명가의 첫 아이돌이라는 낯선 길을 함께 개척하며 끈끈한 서사를 쌓아 올렸기 때문이다.

첫 성공, 첫 확장, 첫 정체성 변화의 상징이었던 팀과의 전속 계약 종료가 브랜뉴뮤직 역사에서 결코 가벼운 사건일 수 없는 이유다.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AB6IX와의 동행 일단락을 두고 “브랜뉴뮤직이 아이돌 비즈니스에서 철수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필자의 눈에는 현재 브랜뉴뮤직의 행보는 단순한 ‘축소’나 ‘퇴각’이라기보다 뼈를 깎는 ‘재정렬’과 ‘분화’에 가깝다.

올해 1월에 출범한 K-팝 전문 산하 레이블 ‘파라뮤직’ 설립은 그 첫 번째 힌트였다. 당시 브랜뉴뮤직은 유나이트(YOUNITE)를 파라뮤직의 첫 아티스트로 배치하며, K-팝 아티스트 집중 양성과 체계적·독립적 활동을 도모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대단히 영리한 비즈니스적 판단이었다. 그리고 최근 AB6IX와의 이별까지. 결국 브랜뉴뮤직이 겪고 있는 거대한 구조 개편의 퍼즐 조각들이다.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라이머와 브랜뉴뮤직이 향하는 곳, 다시 ‘초심’으로

라이머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회사 운영을 하며 처음으로 힘들어봤고, 최근 3년 동안 마이너스를 보면서 많이 주눅 들고 자신감이 없어졌다”고 솔직한 경영난과 슬럼프를 고백한 바 있다.

그리고 필자에게도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보겠다”며 ‘초짐’을 강조하기도 했다. 몸집 부풀리기에 집중하던 팽창기에서 생긴 재무적 부담과 매니지먼트의 과부하. 라이머는 그 한계를 명확히 인지했고, 돌파구로 ‘분화’와 ‘선택과 집중’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브랜뉴뮤직이 다시 초창기의 기민하고 날 선 제작 감각으로 돌아가려는 징후들이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브랜뉴뮤직 대표 겸 가수 라이머와 AB6IX 멤버들. /사진=라이머 SNS

결국 AB6IX와의 아쉬운 작별은 브랜뉴뮤직 비즈니스의 실패를 의미하는 마침표가 아니다. 오히려 회사가 자기 역사 안에서 찬란했던 한 챕터를 잘 갈무리하고, 다음 장을 준비하기 위한 쉼표에 가깝다.

7년의 동행을 마무리하며 “덕분에 새로운 꿈을 꾸었다”는 라이머의 작별 인사는, 힙합 명가의 자존심을 되찾기 위해 출발선에 다시 선 브랜뉴뮤직의 단단한 출사표로 읽힌다. (다만, 회사 측이 AB6IX 멤버들과 재계약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힌 만큼, 새로운 형태의 동행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MK스포츠 홍동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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