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이 제27회 세계여자핸드볼선수권대회 참가를 위해 지난 19일 출국하며 본격적인 대회 준비에 돌입했다.
유럽의 강호 노르웨이, 앙골라, 카자흐스탄과 함께 H조에 편성된 가운데, 이계청 여자 핸드볼 국가대표팀 감독은 출국 전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이번 대회에 임하는 각오와 목표를 전했다.
“좋은 성적보다는 좋은 경기, 팬들에게 많이 좋아졌다, 열심히 한다는 가능성을 보일 수 있는 경기를 보여주고 싶다”며 “나아가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대회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구체적인 성적보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거둔 성적과 무관치 않다. 대한민국은 2009년 이전까지는 주로 톱 10에 진입했으나 이후 2011년부터 2021년 사이에는 11~14위를 기록했다. 그리고 지난 2023년에는 22위로 1978년 첫 출전 이래 역대 최악의 성적을 보였다. 그만큼 한국 여자핸드볼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부상 염려로 19명을 선발했지만, 모든 포지션에 기대했던 선수가 합류하지 못했다. 이 감독은 “부상 선수가 많아 이번 대표팀에 들어오지 못한 선수가 많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체격이 좋은 선수가 와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러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감추지 않았다.
한국은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H조에 속해 노르웨이(7승 1무 11패), 앙골라(8승 1무 2패), 카자흐스탄(26승 2패)과 맞붙는다. 특히 우승 후보 노르웨이(2024 파리 올림픽 금메달)를 상대로는 2009년 이후 승리가 없다.
일단 3위까지 주어지는 메인 라운드 진출은 무난해 보인다. 하지만 핸드볼은 예선 전적을 안고 메인 라운드에 오르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순위를 기록하는 게 유리하다. 그래서 이 감독도 앙골라와의 대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 감독은 조별리그 전략에 대해 “뚜껑은 열어봐야 하는데 첫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면서도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일단 앙골라전에 무조건 이겨야 다음 (메인 라운드)에 올라가서도 우리가 좀 유리한 상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그래도 많이 등급이 올라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앙골라전이 굉장히 큰 분수령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대한민국은 최근 두 번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앙골라에 패했다. 2011년 브라질 16강에서 29-30으로 패했고, 2023년 본선에서 31-33으로 패하긴 했지만, 팽팽한 접전을 벌였기에 이번 대회에서 설욕을 벼르고 있다.
이계청 감독은 유럽팀들과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젊어진 대표팀의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
“우리 한국 선수들은 기회가 오면 보이지 않는 힘이 생기는 팀이다. 지금 선수들이 많이 젊어졌다. 열심히 뛰고 있고, 웨이트도 많이 하고 있는데, 하고자 하는 게 보이기 때문에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또 이번 대회에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게 라이벌 일본이다. 지난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한국을 25-24로 꺾고 이번 대회 출전권을 획득했기에 더욱 그렇다. 당시 뼈아픈 패배를 기록한 이 감독이기에 더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번 대회에서 직접 맞붙을 확률은 낮지만, 일본이 우수한 성적을 거두면 신경 쓰이는 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이 감독은 마지막으로 이번 세계선수권대회가 한국 핸드볼에 희망을 줄 수 있는 무대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지막 출사표를 남겼다.
“우승, 준우승은 옛날 말이고, 지금은 그래도 진짜 잘 싸웠다는 말 듣고 싶고 그렇게 돌아오고 싶다. 한국 핸드볼 발전을 위해서도 우리가 한몫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지금 선수들이 똘똘 뭉치고 있다. 국민 여러분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한국 대표팀은 튀니지 전지훈련을 거쳐 24일 조별리그 개최지인 독일 트리어로 이동하며, 한국 시간 기준 오는 28일 새벽 4시 30분에 노르웨이를 상대로 대회 첫 경기를 치른다.
[김용필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