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오기 전까지 5위 유지하고 계시면 1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올해 초 이호준 NC 다이노스 감독에게 새해 인사와 함께 전한 구창모의 말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이는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구창모의 복귀가 늦어질 전망이다. 아픈 부위는 없지만, 아직 선발로 나설 ‘빌드업’ 과정이 필요한 까닭이다.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3번으로 NC에 지명된 구창모는 공룡군단의 ‘아픈 손가락’이다. 통산 174경기(680.1이닝)에서 47승 37패 4홀드 평균자책점 3.68을 써낼 정도로 기량은 확실하지만, 잦은 부상으로 단 한 번도 규정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마지막 1군 등판이었던 2023년 9월 27일 창원 KIA 타이거즈 더블헤더 1차전에서도 웃지 못한 구창모다. 당시 괴롭히던 피로골절을 떨쳐내는 듯 했으나, 왼쪽 척골 골절상 진단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 했고, 상무에 입단해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전역 예정일은 17일이다.
부상 이력이 워낙 많았기에 사령탑도 철저한 계획을 세웠다. 구창모가 돌아올 경우 열흘에 한 번 던지게 하려 했다. 한 번 던지고 엔트리에 빠진 뒤 다시 등록해 던지게 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백지화됐다. 아직 구창모의 몸 상태가 1군 마운드에 설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11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만난 이호준 감독은 “10일에 한 번 (기용)도 희망사항이 되 버렸다. 확실한 것은 지금 오면 못 쓴다. 일단 와서 메디컬 체크를 먼저 하는 것이 우선이다. (2군과 재활군 중) 어디 쪽으로 빠질지는 그쪽에서 결정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구창모는 지난 4월 2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퓨처스(2군)리그 경기에서 왼 어깨에 타구를 맞았다. 큰 부상은 아니었으나, 한동안 휴식을 취했다. 12일에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등판할 예정이다. 그런데 선발이 아닌, 1이닝 소화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투구 수 빌드업 작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내일(12일) (상무에서) 1이닝을 던질 것이다. 우리가 체크할 것이다. 이제 1이닝인데 절대 (선발로 쓸 수 있는) 상황이 될 수 없다. 1이닝을 던지고 아무 이상이 없어야 될 상황”이라며 “특별히 아프고 이런 것은 아니다. 타구에 맞은 부분도 있고 게임을 오래 쉬었다. 본인이 조심하려는 생각도 크더라. 몇 개월 쉬다 이번에 등판하는 것이다. 바로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다시 빌드업을 하는 것”이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복귀 조건은 투구 수 80구다. 이는 구창모의 계획이기도 하다.
이호준 감독은 “본인 계획은 투구 수를 80구까지 올린다는 것”이라며 “(구창모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선발에 숨통이 생길 수 있고, (기존 선발을 뛰던) 젊은 선수들이 롱릴리프로 빠질 수 있었다.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구창모가 와도) 10일에 한 번씩만 쓰려했다. 무리하게 안 하려 했는데, 10일에 하루가 아니라 기약이 없어졌다. 특별히 아픈 곳은 없지만 오자마자 못 쓴다. 통증 자체는 없다 했는데 이제 시작하기 때문에 좀 조심스럽다 했다. 빌드업 하는 과정에 통증이 나오면 더 길어진다. 기다려야 한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과연 구창모는 빠르고 건강하게 돌아와 뒤늦게라도 자신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