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살이 백 배는 좋았다.”
또 한 번 나이를 잊은 맹활약을 펼쳤다. 공·수 모두에서 큰 존재감을 드러내며 사자군단에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최형우(42·삼성 라이온즈)의 이야기다.
박진만 감독이 이끄는 삼성은 27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2026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5전 3선승제) 2차전에서 이범호 감독의 KIA 타이거즈에 8-3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삼성은 시리즈 전적 1승 1패를 만들었다. 정규리그 2위(83승 3무 58패)로 PO에 직행한 뒤 전날(26일) 1차전에서 1-5로 패했지만, 이번 승전보로 분위기를 바꿨다. 3차전은 29일 KIA의 홈 구장인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펼쳐진다.
5번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최형우의 활약이 눈부신 경기였다. 맹타를 휘둘렀을 뿐 아니라 안정적인 수비로 삼성 승전고에 앞장섰다.
초반부터 최형우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서던 2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상대 선발투수 애덤 올러의 6구 133km 체인지업을 공략해 우전 안타를 생산했다.
3회말 삼진으로 물러난 최형우는 삼성이 4-1로 앞서던 5회말 타점을 수확했다. 2사 만루에서 KIA 좌완 이의리로부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냈다.
백미는 삼성이 7-2 리드를 잡고 있던 7회말이었다. 1사 후 KIA 좌완 불펜 김범수의 2구 133km 슬라이더를 통타해 비거리 125m의 우월 솔로포를 작렬시켰다. 그렇게 최형우의 이날 성적은 3타수 2안타 1홈런 2타점으로 남았다. 구자욱이 지명타자로 나서며 1차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뿐만 아니라 수비에서도 빛났다. 6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안타를 친 뒤 2루를 노리던 해럴드 카스트로를 정확한 송구로 잡아냈다.
경기 후 최형우는 홈런과 보살 가운데 무엇이 기뻤냐는 질문에 “보살이 백 배는 좋았다”며 활짝 웃은 뒤 “원래 주자를 잡을 생각까지는 없었다. 잡고 바로 던졌는데 제가 봐도 말도 안 되게 잘 갔다. 운 좋게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수비) 부담은 있다. 계속 있다. 단기전은 실수 하나로 승패가 갈린다”고 덧붙였다.
박진만 감독은 “(최형우가) 팝 플라이(뜬공) 하나만 잡아도 벤치 분위기가 좋아진다.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때 끌어올릴 선수라 3차전도 좌익수로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를 들은 최형우는 “전화 한번 드려야겠다. 야구장이 (대구보다) 커지는 걸 모르시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평범한 뜬공 잡았더니 크게 환호해주시고, 파울 플라이 잡으려고 뛰어가니까 손뼉 쳐주셨다. 경로 우대해주신 것 같아서 감사했다”며 팬들에게도 고마움을 표했다.
42세 10개월 11일인 최형우는 이번 경기를 통해 여러 최고령 기록을 새로썼다. 역대 KBO리그 포스트시즌 최고령 출장(종전 NC 다이노스 이호준 41세 8개월 13일), 최고령 안타 및 타점(종전 NC 이호준 41세 8개월 7일), 홈런(종전 당시 KIA 최형우·40세 10개월 12일) 기록을 차례로 수립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경기에만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