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야!”
롯데 자이언츠의 전준우가 마운드를 향해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이며 투수 최원태를 향해 보낸 신호다.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는데, 신경전이 있었던 지난번과 결과는 달랐다.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와 삼성의 주중 시리즈 마지막 경기는 5회 초 벤치클리어링으로 약 4분 가량 중단됐다.
삼성의 선발 투수 최원태의 빠른 직구를 팔에 맞은 전준우가 항의하고, 최원태도 다시 전준우에게 맞대응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두 차례 충돌이 벌어진 신경전은 양 측 베테랑 선수들의 중재로 불상사 없이 끝났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어진 5회 말 이후 분위기는 삼성 쪽으로 흘렀다. 삼성은 한 이닝에만 대거 4점을 뽑아 호투하던 박세웅을 무너뜨리고 경기를 뒤집은 이후 6회 3점을 추가하며 쐐기점을 내고 위닝 시리즈를 확정했다. 앞서 갈등이 일어났던 지난 17일~18일 양 팀의 부산 맞대결 시리즈에선 롯데가 더블헤더 포함 3연전을 스윕한 바 있다. 이번에는 삼성이 2승 1패로 이를 설욕한 것이다.
승부의 분기점이 된 벤치클리어링의 구체적인 상황은 이랬다. 롯데가 2-0으로 앞서던 5회 초 2사 주자 없는 상황. 타석에 들어선 전준우는 1S-1B의 볼카운트서 최원태가 던진 3구째 시속 146km 투심에 왼쪽 팔꿈치를 맞았다.
전준우는 곧바로 마운드의 최원태를 향해 손가락 두개를 펼쳐보이고 마운드로 뛰쳐나가려 했다. 중계화면에는 전준우가 “두 번째야”라고 말하는 모습이 잡히기도 했다. 이런 전준우를 과거 롯데에서 한솥밥을 먹기도 했던 삼성의 포수 강민호가 끌어안으며 말렸다.
그리고 곧바로 양 팀의 선수들이 그라운드로 쏟아지면서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그러나 전준우는 좀처럼 화를 진정하지 못했고, 최원태도 두 팔을 벌리며 억울하다는 듯 항의했다. 날 선 신경전을 벌이는 선수들 사이로 선수들이 겹겹이 둘러싸였다.
이후 상황이 중단되는듯 했으나 갈등이 다시 반복됐다. 1루로 진루하는 전준우를 향해 최원태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계속 항의를 이어갔다. 그러자 전준우가 다시 마운드로 향하려 했고 양 팀 선수단이 다시 그라운드로 뛰쳐나오면서 2차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졌다. 이번에는 구자욱이 전준우를 적극적으로 말렸다. 이후 최원태도 모자를 벗고 전준우에게 사과를 전하면서 상황이 일단락됐다.
전준우가 두 번째를 강조하며 화를 낸 이유는 지난 17일 열린 양 팀의 더블헤더 2차전서도 이미 최원태의 높은 직구에 한 차례 맞은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전준우는 흥분한 것이었고, 최원태는 고의성이 없는 사구임을 강조하며 억울함을 드러낸 것이다.
경기 외적인 갈등은 해소됐지만, 경기에선 최원태와 삼성이 승자가 됐다. 4회까지 무실점 호투했던 박세웅은 벤치클리어링 이후 수비가 펼쳐진 5회부터 흔들렸고 5.1이닝 6피안타 4사사구 2탈삼진 6실점(5자책)으로 무너졌다.
반대로 삼성은 0-2로 끌려가던 경기서 벤치클리어링 이후 집중력을 발휘해 5,6회에만 7점을 뽑아 9-3 대역전승을 거뒀다. 최원태는 2방의 피홈런을 맞았지만 5이닝 3피안타 5사사구 7탈삼진 2실점을 기록하고 타선의 지원을 받아 승리 투수가 됐다.
[김원익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