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안양의 부주장 한가람이 고대하던 데뷔골을 터뜨렸다. 그는 환상적인 슈팅으로 안양 데뷔골이자 K리그 1호골을 신고했다.
한가람은 지난 18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김천상무와 하나은행 K리그1 2025 정규리그 최종전(33라운드)에서 경기 시작 47초 만에 그림 같은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날 안양은 한가람의 이른 시간 선제골에 힘입어 문성우의 추가골과 모따의 멀티골을 더해 4-1 대승을 거뒀다.
데뷔골부터 원더골을 기록한 한가람. 안양은 경기 시작과 함께 코너킥을 얻었다. 김동진의 크로스를 상대가 걷어냈고, 한가람은 페널티박스 밖에서 흐른 볼을 그대로 오른발로 강하게 밀어찼다. 슈팅은 곧게 뻗어 골문 좌측 상단으로 빨려들어갔다.
모두가 놀랐던 선제골, 한가람 본인도 많이 놀란 듯했다. 그는 MK스포츠와 인터뷰를 통해 “첫 골부터 이렇게 멋진 골을 넣을 줄 몰랐다. 슈팅이 발에 잘 맞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떠오르면서 마지막까지 지켜봤다. 들어가고 난 뒤 희열감이 컸다. 늦었지만 팬들에게 골 넣는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데뷔골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실 감독님이 (득점 위치에서) 슈팅을 하지 말라고 했었다”라고 말했다. 앞서 훈련 과정에서 비슷한 상황을 두고 슈팅이 부정확하자, 유병훈 안양 감독은 볼을 소유하는 방향으로 지시했던 것. 한가람은 “무슨 생각이었는지, 훈련이 끝나고 감독님한테 ‘한 번 보답하겠습니다’라고 했다.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에는 그 말이 먼저 떠올랐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1998년생인 한가람은 K리그 2년 차다. 그는 중학생 시절 독일로 넘어가 축구와 학업을 병행했다. 일찌감치 지도자의 꿈을 키우며 19세 나이에 유럽축구연맹(UEFA) 지도자 라이선스 B를 따냈고, 20대에 접어들면서는 오버노일란트, VfL 슈포르트프로인데 로테, BSV 슈바르츠바이스 레덴 등 독일 하부리그에서 무명 프로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지난해 안양과 유병훈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20대 후반 중고 신인으로 K리거가 됐다. 안양에서 붙박이 주전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팀이 필요할 때마다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리그 8경기(코리아컵 포함 10경기), 이번 시즌 리그 9경기 출전 중이다. 지난해 3월 1일 성남FC와 K리그2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른 뒤 데뷔골까지 596일이 걸렸다.
한가람은 “안양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정거장 중 하나다. 소중한 추억이 많이 쌓였고, 앞으로도 많은 시간을 만들어갈 것이다”라며 “파이널 라운드를 앞두고 있다. 모두가 지금보다 더 힘을 내줘야 할 때다. 저 역시 죽기 살기로 뛰겠다. (파이널 라운드를 위해) 첫 골의 기쁨을 금방 잊고자 한다. 더욱 팀에 보탬이 되겠다. 팬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으면서 시즌을 마무리하고 싶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유병훈 감독 또한 한가람을 치켜세웠다. 그는 “김천전에서 놀라운 골을 넣었다. 슈팅하지 말라고 훈련에서 말했는데, 할 말이 없게 만들더라. 무엇보다 수비적인 역할에서 상대 에이스(이동경)를 잘 틀어막아줬다”라며 “팀에는 여러 역할이 필요하다. 한가람은 헌신하면서 팀을 돕는 선수”라며 데뷔골을 축하했다.
20일 한국프로축구연맹은 파이널 라운드 일정을 발표했다. 안양은 12승 6무 15패(승점 42)로 7위로 파이널 B로 향했다. 첫 상대는 유병훈 감독과 함께 현역 시절 대우 로얄즈~부산 아이콘스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이정효 감독의 광주FC다. 안양은 오는 25일 광주월드컵경기장으로 향한다.
[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