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때문에 전북이 승강 플레이오프에 간 것 같습니다. 미안한 감정이 너무나 큽니다.”
2024년 12월 1일, 전북현대 이영재가 서울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승강 플레이오프(PO) 1차전 2-1 승리 후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지난 시즌까지 세 번의 잔류 경쟁을 펼쳐야 했던 이영재는 전북의 부진을 두고 자신의 부족함을 꼬집어 자책했었다.
그리고 약 10개월 뒤인 2025년 10월 18일, 이영재는 잔류 경쟁이 아닌 K리그 최정상에 오르게 됐다. 이날 전북은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FC를 2-0으로 제압했다. 같은 시간 김천상무가 FC안양에 1-4로 대패하며, 전북(1위·승점 71)은 파이널 라운드 5경기를 남겨두고 김천(2위·승점 55)을 16점 차로 따돌렸다. 2021시즌 이후 4년 만에 왕좌를 탈환했고, 통산 10번째 별을 거머쥐며 최다 우승 기록을 늘려갔다.
이영재는 세 번의 고난을 마치고 네 번째에서 스포츠 선수라면 가장 값진 결과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그의 프로 통산 세 번째 우승(2017년 울산현대 FA컵 우승, 2023년 김천상무 K리그2 우승, 2025년 전북현대 K리그1 우승)이자 K리그1 첫 번째 메달이다.
지난 세 시즌 동안 이영재는 소속팀에서 생존 싸움을 했어야만 했다. 2022시즌 김천에서 군복무 시절 K리그1 11위로 승강 PO를 겪은 뒤 강등을 맞이했고, 2023시즌은 전역 후 원소속팀이었던 수원FC에서 승강 PO 끝에 1부에 잔류했다. 지난 시즌에는 전북으로 이적했으나, 팀의 끝없는 추락 속 3연속 승강 PO를 겪어야 했다.
이후 네 시즌 만에 이영재는 최고의 결과를 안으며 기뻐할 수 있었다. 우승을 확정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이영재는 “우승 분위기를 처음 느껴본다. 지난 시즌 힘겹게 잔류에 성공했다. 당시 우승한 것처럼 기쁘다고 말했는데, 진짜 우승을 하니까 다르다. 너무나도 행복하다”라고 우승 소감을 남겼다.
그러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앞서 세 번의 힘듦을 올해의 우승으로 보상받은 기분이다. 아직 우승 세리머니를 하지 않아서 실감이 나지 않지만,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힘들었던 나날을 잘 버티고, 이렇게 큰 결과를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한 하루가 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이승우(전북)와의 일화도 공개했다. 두 선수는 2023시즌 수원FC, 지난 시즌 전북에서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이영재는 “전북에 온 이유는 우승하기 위해서다. (이)승우와 지난 시즌들을 두고 이야기를 정말 많이 했다. 함께 후회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보자고 했었다. 오늘 우승을 확정하고 ‘우리가 진짜 이뤘다’는 말만 반복했다. 서로 껴안고 좋아했다. 이번 한 번이 아닌 두세 번 이상 계속 우승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대화도 나눴다”라고 알렸다.
이영재는 1년 전 자신을 되돌아봤다. 그는 “나는 여전히 부족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팀 성적과 별개로 자신의 활약에 만족할 만한 점수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는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이번 시즌 초반 주전으로 중용받았지만, 부상으로 잠시 팀에서 이탈했다. 공교롭게도 이때 전북은 완벽한 조합을 찾아내며 리그 22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영재는 부상 복귀 후 선발보다는 주로 조커로 경기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이영재는 “(1년 전 저에게) 더 많이 자책하고, 반성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번 시즌 팀 우승에 일조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한 시즌이다. 내년에 더 기대할 수 있는 선수가 돼야 할 것 같다. 여전히 전북에서 성장하고 싶은 욕심이 크고, 이루고 싶은 것들이 많다. 1년 전 저뿐만 아니라 오늘의 저에게도 똑같은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즌 ‘더블(2관왕)’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이영재는 “아직 코리아컵 결승(2025년 12월 6일)이 남았다. 더블에 대한 욕심이 크다. 우선 잘 휴식하고, 선수들과 함께 다가오는 일정에 모든 포커스를 맞출 예정이다. 올해 남은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전주=김영훈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