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 1등, 서울대, 그리고 39세의 데뷔. 배우 김신록은 화려한 수식어를 앞세우지 않아도, 그가 걸어온 시간만으로 충분히 설명되는 이름이었다.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영화 ‘프로젝트 Y’ 제작보고회 현장. 포토타임에 선 김신록은 과한 제스처 대신 단정한 태도와 안정된 시선으로 현장을 채웠다. 말없이 서 있어도 존재감이 또렷하게 전해졌고, 그 침착함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축적된 시간의 결과처럼 읽혔다.
이날 김신록은 짙은 그레이 톤 셔츠와 슬랙스를 매치한 미니멀한 스타일로 포토타임에 나섰다. 군더더기 없는 실루엣과 절제된 컬러 선택은 화려함보다 인물 자체에 시선이 머물게 하는 스타일이었다. 짧게 정리된 헤어와 자연스러운 메이크업, 그리고 손을 들어 인사하거나 엄지를 들어 보이는 제스처까지 모두 과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담백함이 김신록 특유의 단단한 인상을 강조했다.
사진 속 김신록의 표정은 여유롭고 안정적이었다. 얇은 미소와 편안한 자세에서는 긴 시간 무대와 현장을 버텨온 배우의 경험치가 자연스럽게 묻어났다. 현장에서 특별한 포즈를 취하지 않아도,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 분위기를 정리하는 힘이 느껴졌다.
김신록은 ‘프로젝트 Y’에서 가영 역을 맡았다. 한때는 잘나갔지만 지금은 쇠락한 인물로,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캐릭터다. 그는 “처음에는 격정적인 작품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돼 한 번 거절했다”며 “재차 연락을 받았을 때, 배우 라인업과 캐릭터 구성이 흥미로워 도전해보고 싶었다”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올해 44세인 김신록은 164cm의 슬렌더한 체형으로, 무대와 스크린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색을 쌓아온 배우다. 특히 그는 학창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고 서울대 지리학과에 입학할 정도로 학업 성취도가 높았던 인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안정적인 길 대신 연기에 대한 열정을 선택한 그는 연극 공부를 시작해 한양대 대학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쳤고, 39세에 본격적으로 연기자로 데뷔했다.
늦은 데뷔 이후에도 김신록은 넷플릭스 ‘지옥’, ‘전,란’ 등에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이며 단숨에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단정한 외형과 달리, 작품 속에서는 욕망과 균열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연기로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제작보고회 현장에서 보여준 김신록의 모습은 그간 쌓아온 서사와 닮아 있었다. 튀지 않지만 흔들리지 않고, 말수가 많지 않아도 충분히 설득력 있는 태도. 학문과 예술, 그리고 늦깎이 도전까지 모두 통과해온 그의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한편 ‘프로젝트 Y’는 화려한 도시 한가운데서 다른 내일을 꿈꾸던 미선(한소희 분)과 도경(전종서 분)이 인생의 벼랑 끝에서 검은 돈과 금괴를 훔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2026년 1월 21일 개봉 예정이다.
[김승혜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