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트윈스 좌완 손주영(23)은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현재는 LG 선발 로테이션의 한 축을 맡게 됐다.
손주영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 2017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2차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LG에 지명돼 프로 생활을 시작한지 4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이날 손주영은 6이닝 동안 1피안타(1홈런) 2볼넷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자신의 최다이닝,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첫 승까지 얻었다. 이날 LG가 11-2로 대승을 거뒀다.
29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2021 프로야구 KBO 리그" 키움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가 열렸다. LG 선발투수 손주영이 역투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천정환 기자
고교야구를 대표하는 좌완 투수였던 손주영은 LG 입단 후 기대주로 관심을 받았지만,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2018시즌 1군 선발로 등판 기회를 잡았지만, 결국 그해 12월 현역으로 군에 입대했다.
군복무를 하면서 운동을 병행할 수 있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지원하지 않고, 현역 입대를 한 케이스였다. 손주영은 이날 경기 후 “2018년 6월 12일 NC다이노스전에서 대량실점하고, 이천 2군으로 내려간 뒤 샤워를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 군대 가서 정신차려야겠다’는 생각에 일찍 입대했다”며 “상무에 지원할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상무에 가서 어설프게 공을 던지느니 쉬면서 시야를 넓히고, 몸도 만들고 건강히 돌아오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고교시절 140km 중반대의 빠른 공을 던졌던 손주영이지만, 프로 입단 후에는 구속이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 현역 입대를 재충전의 시간으로 삼은 셈이다.
이는 신의 한 수였다. 1사단에 배치된 손주영은 경비병으로 근무했다. LG팬인 간부의 도움을 받아 운동할 시간을 확보했다. 또 독립구단에서 뛰던 안광현이 군 선임으로 있어 함께 운동할 수 있었다. 손주영은 “(안)광현이 형이 웨이트를 엄청 열심히 하는데, 따라하면서 힘이 붙었다”며 “휴가를 받기 위해 제초 작업을 자진했고, 휴가 나와서는 사회인 야구에서 던지며 자신감을 얻었다. 군대 다녀와서는 145km의 공을 던지는 게 목표였는데, 지금 던지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이날도 140km 중반까지 나오는 강속구와 함께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섞어 3회까지는 퍼펙트 피칭을 펼쳤다. 특히 이날 키움 6번 1루수로 출전한 박병호(35)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손주영은 “박병호 선배를 잡은 공은 스플리터다”라며 “3일 전 불펜피칭 때 경헌호 투수코치님이 ‘이렇게 잡아보라’ 알려주셔서 던졌더니 공이 빠르게 떨어지고, 나한테 잘 맞는 공인 것 같아 구사했다”고 설명했다.
손주영은 서건창(32)과 정찬헌(31·키움 히어로즈)의 1대1 트레이드를 통해 자신에게 선발 기회가 올 것이라고 예감했다. “나한테 기회가 올 수 있겠구나”라고.
LG 손주영이 29일 잠실 키움전 승리투수가 된리 자신의 프로 첫 승 기념구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서울 잠실)=안준철 기자
결국 후반기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그 기회를 잘 잡았다. 이전 등판에는 1회 고전하면서 전체적인 피칭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이를 의식한 듯 공격적으로 나간 게 적중했다. 팀 타선도 1회 4점, 2회 7점 뽑아 손주영의 어깨를 가볍게 했다. 그는 “타선이 대량득점해줬지만, 코치님이 0-0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라고 해서 더욱 집중한 게 좋았다”며 웃었다.
손주영은 현역 군복무를 통해 야구에 대한 절실함이 더해졌다. “공 하나의 소중함을 깨달은 시간이었다. 배운 것도 많다”고 말한 손주영은 “이제 시작이다. 어떤 목표를 이루겠다라는 단계도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선발투수로서 5이닝 이상씩 던졌으면 좋겠다. 다음 경기부터는 심적으로는 편할 것 같긴 한데, 들뜨지 않고, 집중해서 던지겠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손주영의 소박한 각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