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둘째 주, 홍원기(48) 키움 히어로즈 감독이 쏟아낸 발언이다. 최근 들어 홍 감독의 ‘말 바꾸기’가 늘어나고 있다. 팀 사정 변화 때문이라는 이유가 붙긴 하지만, 뻔뻔함(?)까지 느껴진다. 일부에서는 홍 감독의 ‘큰 그림’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첫 번째 발언. “제가 또 거짓말쟁이가 됐네요”는 10일 고척 KIA타이거즈전을 앞두고 나왔다. 애초 이날 1군에 등록해, 출전시킬 예정이던 이정후(23)와 관련돼있다. 이정후는 이날 복귀전이었지만, 전날(9일) 전격 1군에 등록했다. 문제는 9일 경기를 앞두고도 홍 감독은 “이정후는 내일 돌아온다”고 못 박았다는 것이다. 자신이 내뱉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를 뒤집었다.
홍원기 키움 히어로즈 감독. 사진=김재현 기자
물론 여기에는 특별한 속사정이 있었다. 9일 서산에서 한화 이글스와의 퓨처스리그(2군) 경기를 마친 이정후가 곧바로 고척돔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일정대로라면, 키움 2군구장인 고양구장에서 퇴근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1군 분위기 적응 차원에서 이날 바로 고척으로 왔고, 식당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홍 감독의 컨디션 체크 후 1군에 등록했다. 둘의 얘기를 들어보면 사전교감은 없었다.
홍원기 감독의 거짓말(?)은 앞서 또 있었다. 외국인 타자 윌 크레익(27)과 관련있다. 미국에서 주로 1루수로 나서던 크레익을 우익수로 쓰지 않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며칠 후 크레익은 우익수로 나섰다. 그때도 홍 감독은 ‘거짓말쟁이’를 자처했다.
두 번째 발언. “모든 구상과 계획은 틀어지게 돼 있다”도 크레익과 관련성이 있다. 크레익을 1루수로 기용하면 박병호(35)가 지명타자로 나서야 한다. 크레익을 다시 우익수로 기용할 때 이 발언이 나왔다. 또 올 시즌 개막부터 붙박이 유격수였던 김혜성(22)이 주장을 맡고 난 뒤, 2루수로 옮기자 “유격수 기용은 없는것이냐”라는 질문에도 나왔다.
홍원기 감독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말하고 싶었던 거다. 팀 사정은 시즌을 치르다보면 바뀔 수 있다. 특히 올 시즌 키움 선수단 변동은 파란만장하다.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토종 선발 한현희(28)와 안우진(22)이 징계를 받고 있다. 외야수 송우현(25)은 음주운전 혐의로 방출했다. 외국인 투수 제이크 브리검(33)은 아내가 출산 후 수술을 받게 돼 미국으로 돌아갔고,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특히 한현희와 안우진, 특히 안우진과 관련해 홍원기 감독은 이례적으로 “올 시즌 구상에서 지웠다. 마운드에서 볼 일은 없다”고 말했다. 단호한 어투였다.
하지만 최근 홍 감독이 거짓말쟁이를 자처하고, 말 바꾸기가 잦아지면서 수상한 기운이 감지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징계인 36경기 출전 정지, 구단 자체 징계인 15경기 출전 정지인 한현희는 차치하더라도 KBO 36경기 출전 정지 징계 중인 안우진 복귀를 포석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키움은 후반기 25경기를 소화했다. 법리적으론 구단 자체 징계로 별도의 출전 정지가 없는 안우진은 10경기 후에 복귀할 수 있다.
한현희, 안우진과 술자리에 동석했던 한화 주현상(29) 윤대경(27)이 KBO징계를 마치고 마운드에 서면서 더욱 홍 감독의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탄력을 받은 모양새다. 실제로 키움 구단내에서는 홍 감독이 안우진을 쓰지 않겠다는 방침과 관련해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의견이 꽤 나왔다.
더욱이 중위권 순위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홍 감독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마운드에서 새 얼굴들이 활약하고 있지만, 감독으로서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사정변경의 원칙도 적절한 팀 운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사정변경의 원칙이 기본은 아니다. 신의성실의 원칙이 기본이다. 감독의 발언이 법률상 계약은 아니지만, 그래도 뱉은 말에 신뢰를 줘야 한다. 자신이 한 발언을 성실히 지켜야 신뢰가 생긴다.
최근 홍원기 감독의 행보와 발언들에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른 의도가 있는 말 바꾸기 아니냐는 것이다. 거짓말과 말 바꾸기는 한 번은 어렵지, 두, 세 차례 하긴 쉽다. 히어로즈 구단의 이미지가 나빠진 것도, 야구판 전체에 대한 실망감이 높아진 것도 바로 신뢰의 문제에 있다.
혹여 홍원기 감독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 않길 바란다. 말의 무거움을 잘 아는 지도자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