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외면 받았던 4번 타자였지만 이젠 천문학적 연봉을 받을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기대 우량주가 됐다.
불과 넉 달 여만에 생긴 반전이다.
불과 넉달 전만 해도 "4번 실격"이라는 평을 들었던 스즈키. 그러나 넉달 후 메이저리그가 열광하는 타자로 업그레이드가 됐다. 사진=히로시마 SNS
히로시마 도요 카프 4번 타자 스즈키 세이야(27)는 최근 구단으로부터 포스팅 시스템으로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것을 허락 받았다.
스즈키가 시장에 나오자 메이저리그도 후끈 달아 올랐다.
스즈키는 올 시즌 132경기에 나서 138안타 38홈런 88타점 77득점 타율 0.317 OPS 1.072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지난 2019년 이후 두 번째로 타격과 출루율 부문에서 2관왕에 올랐다.
스즈키는 각종 국제 대회에서도 일본 대표팀 '4번 타자'를 맡았다. 올 도쿄 올림픽에서도 대표팀 4번 타자는 스즈키였다.
일본 통산 성적은 902경기에 출전해 937안타 182홈런 562타점 548득점 82도루 타율 0.315 OPS 0.984를 기록했다.
스즈키를 향한 미국 현지 언론의 반응은 뜨겁다. 'ESPN'은 4년 4800만 달러(약 560억원),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루머스(MLBTR)'는 5년 5500만 달러(약 650억원), 야구 통계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4년 4000~4400만 달러(약 470~520억원)의 몸값을 예상했다.
아직 메이저리그서 검증이 끝나지 않은 선수이지만 일본 프로야구와 국제 대회에서 보여준 임팩트가 그만큼 강했음을 의미 한다.
그러나 스즈키의 올 시즌이 화려하게 출발한 것은 아니었다.
스즈키는 올 초, 팬들로부터 '허수아비 4번 타자'라는 비난을 받았다. 찬스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많이 보였기 때문이다.
일본 매체 아에라는 "타구단 팬들은 의외일 수 있다. 사무라이 재팬에서 부동의 4번을 치고 있는 스즈키지만 히로시마 팬에게서는 '4번 실격'이라는 신랄한 소리도 적지 않다. 결코 나쁜 성적은 아닌데 왜 그럴까"라는 의문을 제기 했었다. 불과 넉 달전 기사였다.
아에라와 인터뷰 한 한 스포츠지 기자는 "히로시마 팬들 사이에서는 찬스에 약하다는 말을 듣고 있다. 찬스 상황에서 초구부터 휘두르러 가지 않는 자세, 기다리고 있는 공과 다른 구종이 들어오면 놓쳐 삼진을 당하는 모습이 무기력하게 비치는 것 같다. 팀이 이겼으면 이런 불만의 소리도 분출하지 않겠지만 2016년~2018년까지 팀이 3연패했을 때 활약상을 보면 아쉽게 보일지도 모른다"고 설명했었다.
아에라는 "확실히 팀 침체도 스즈키에 대한 비난이 거세지고 있는 큰 요인일 것이다. 3연패의 황금 시대를 쌓아 올린 후 2019년은 B클래스인 4위로 전락. 사사오카 신지 감독으로 신 체제를 시작한 작년에도 5위로 침체했다. 이번 시즌도 4월 하순부터 6 연패를 당하는 등 선두 싸움을 펼치는 한신, 요미우리 등에 멀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팀이 지면 주전들이 매를 맞는 것은 숙명. 하지만 스즈키는 당시에도 메이저리그에 가장 가까운 야수라며 미국 스카우트의 평가는 높은 선수였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구단 첫 5년 연속 타율 3할을 달성했고 사상 4명째인 5년 연속 타율 3할, 25홈런도 클리어 했다. 2019년 타율 0.335로 타격왕에 오르는 등 탁월한 컨택 능력과 장타력을 겸비한 야구계 굴지의 강타자다.
타격뿐이 아니다. 외야수로서 강한 어깨도 정평이 나 있다 2019년에는 25도루를 기록하는 등 트리플 스리도 충분히 노릴 수 있을 가능성을 갖고 있는 선수로 꼽혔다.
아에라는 "스즈키는 국제 무대에서도 이름을 떨쳤다. 2019년 프리미어 12에서는 전 경기를 4번에 기용돼 대회 MVP를 획득했다. 타율, 타점, 득점 등 타격 타이틀을 싹쓸이했다. 올해 도쿄 올림픽에서도 이나바 감독은 가장 유력한 4번 후보로 스즈키를 지목하고 있다"고 설명했었다.
아에라에 따르면 SNS나 인터넷상에서는 "카프 팬으로서는 찬스에서 칠 수 없고 더블 플레이만 보여지고 있는데 일본의 4번은 있을 수 없다. 작년부터 분명히 타격의 흐름이 없어졌다. 팬들은 그런 어중간한 타격을 보고 싶은 게 아니다. 삼진을 당해도 좋으니 풀스윙을 해 달라. 신났다는 말을 들을 때처럼 박진감을 느끼지 못한다. 왠지 스태프로 기용 되어 타석에 서 있는 느낌이 든다. 헝그리 정신이 없어진 것 같다. 상대 구단에서의 마크는 힘들지 몰라도 몰린 공을 치는 것도 보통 수준이다. 지금의 스즈키는 4번 실격이다. 찬스에 너무 약하고, 어떻게든 해 주는 분위기를 전혀 느끼지 않는다" 등 호된 코멘트가 줄을 서고 있었다.
그러나 스즈키는 이런 모든 비난을 실력으로 이겨냈다. 88타점으로 4번 타자로서는 타점이 다소 부족하긴 했지만 높은 OPS를 기록하며 공격 생산성이 뛰어난 타자라는 것을 증명했다.
그 결과가 메이저리그의 뜨거운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팬들의 비난도 분명 생각해 봐야 할 대목이다. 찬스에서 움츠러 든 타격을 한다는 것은 무서운 습관이 될 수도 있다. 찬스에서 주저함이 커 진다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낮은 평가를 받는 타자가 될 수도 있다. 스즈키가 팬들의 비난을 아프게 가슴에 품고 메이저리그로 향해야 하는 이유다.
어찌됐건 매서운 비판은 열광적 환호로 돌려 놓은 스즈키다. 이 상승세가 메이저리그로 이어져 많지 않은 일본인 타자의 메이저리그 성공기를 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