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였던 FA C등급 선수들이 예상과는 다르게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단 한 명도 도장을 찍지 못한 채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올해 FA 시장에서 C등급을 받은 선수는 키움 박병호(35), 삼성 강민호(36), 롯데 정훈(34), kt 허도환(37) 등 4명이다. C등급은 타 구단 이적 시 보상선수가 없고 전년도 연봉의 150%의 보상금만 발생한다. 선수의 기량만 확실하다면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까지 C등급 선수들의 흐름은 호황 속 불황이다. 4년 115억 원에 두산에 잔류한 김재환(33), 6년 100억 원에 NC로 둥지를 옮긴 박건우(31) 등 A등급 선수들이 대부분 대박을 터뜨린 반면 C등급들은 흔한 이적설조차 돌지 않고 있다.
FA C등급으로 협상에 입하고 있는 박병호(왼쪽)와 정훈. 사진=MK스포츠 DB
일각에서는 나성범(32), 양현종(33), 황재균(34), 손아섭(33) 등 아직 시장에 남아있는 대어급 선수들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으면서 C등급 선수들의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A 구단 관계자는 “C등급 선수들은 아무래도 계약 규모가 A, B등급 선수들보다는 작을 수밖에 없다”며 “해외 리그를 보더라도 FA 시장은 대어급 선수들의 계약이 우선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C등급 선수들은 협상 우선 순위에서 뒤에 있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선수들에게 냉정한 평가를 내린 구단도 있다. C등급 선수들 모두 30대 중반에 접어들어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로 큰돈을 투자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박병호의 지난해 타율 0.223 21홈런 66타점, 올해 타율 0.227 20홈런 76타점으로 이름값에 걸맞지 않은 성적을 냈다. 여기에 22억 5천만 원이라는 막대한 보상금까지 걸려 있는 것도 협상에 걸림돌이다.
정훈은 타율 0.292 14홈런 79타점 8도루로 생애 첫 FA 자격 취득 시즌에 커리어 하이를 만들었지만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배제할 수 없다.
강민호도 타율 0.291 18홈런 67타점으로 리그 최정상급 포수의 성적을 찍었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내년이면 37살이 되는 선수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 3년 이상의 장기계약을 선뜻 제안하기 쉽지 않다.
B 구단 관계자는 “박병호의 경우 전성기 때의 모습이라면 20억이 넘는 보상금을 지불하더라도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지만 최근 2년간은 에이징 커브를 겪는 모습이 뚜렷했다”며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한다면 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영입에 나설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평가했다.
또 “정훈, 강민호가 어느 팀이든 전력에 보탬이 되는 선수인 건 맞지만 두 선수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년 계약을 제안하기에는 구단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다”며 “보상 규정과 관계없이 팀의 미래 등을 고려할 때 C등급 선수들 영입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