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 모두 전년보다 훨씬 많은 이닝을 던졌다. 장현식은 무려 4연투를 한 적도 있었고 정해영은 7회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또 현식' '또 해영' 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정해영(왼쪽)과 장현식은 지난 해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했다. 하지만 메디컬 테스트에서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수치로 따져보면 아슬아슬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2020시즌 37경기서 41이닝을 던진 장현식은 지난 해 무려 69경기에 마운드에 올라 76.2이닝을 책임졌다. 전년도에 비해 30이닝 이상을 더 던진 것이다.
정해영도 만만치 않다.
정해영은 2020시즌 47경기서 38.1이닝을 던진 것이 고작이었다. 하지만 지난 해엔 64경기서 65.1이닝을 던졌다. 정해영 역시 30이닝 가까이를 더 던졌다.
지난 해 KIA는 9위였다. 그럼에도 필승조와 마무리 투수의 등판 횟수와 이닝이 대단히 많았다. 그만큼 두 투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는 얘기다.
빈약한 타선으로 점수를 많이 뽑지 못하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지키는 야구를 하기 위해 장현식과 정해영을 무리하게 끌어썼다.
전년도에 비해 갑자기 투구 이닝이 늘어나게 되면 부상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장현식과 정해영에게도 부상에 대한 우려가 따라붙지 않을 수 없었다. KIA도 이들의 부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즌이 끝난 뒤 곧바로 메디컬 테스트를 받은 이유다.
다행히 둘 모두 팔꿈치나 어깨에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만 잘 치른다면 올 시즌에도 변함없는 위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국 KIA 감독이 이 두 투수에게 "고맙다"고 말한 이유다. 갑자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느라 힘들었을텐데도 신체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에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장현식과 정해영의 몸 상태에 많은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다. 갑자기 책임져야 할 이닝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다행히 둘 모두 아무런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팀을 이끄는 입장에서 '고맙다'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팀을 위해 헌신했는데 아팠다면 정말 미안했을 것이다. 진심으로 고맙다. 올 시즌에도 이들에 대한 의존도는 높을 수 밖에 없다. 필승조가 갑자기 생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기존 선수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무리를 시키지는 않겠지만 이기는 경기에는 자주 투입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마운드 사정에서 불펜이 양적으로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장현식과 정해영을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전임 윌리엄스 감독의 다소 무원칙했던 투수 기용법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종국 감독은 최대한 합리적 운영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리를 하고도 큰 탈 없이 시즌을 마치게 된 장현식과 정해영. 새 시즌에도 뾰족한 대안이 없는 김종국 감독은 그런 그들이 그저 고마울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