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있던 승자에게 패자가 건넨 말 “선형아 수고했다” [MK잠실]

승리한 자는 울었고 패한 자는 그를 감싸 안았다. 말만 들으면 어색한 장면이지만 둘의 관계를 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서울 SK는 10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1-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안양 KGC와의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6-62로 승리,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플레이오프 MVP는 ‘야전사령관’ 김선형. 우승 직후 그는 끝내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김선형은 이날이 오기까지 무려 4년을 기다렸다. 2017-18시즌 플레이오프 우승을 차지했고 챔피언결정전의 승부처였던 3차전에서 기적과도 같은 위닝 득점을 해냈지만 스포트라이트는 MVP가 된 테리코 화이트에게 집중됐다. 당시 치명적인 발목 부상을 당한 후 간신히 회복한 그는 과거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좀처럼 선보이지 못했다. 누군가는 “한물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자신이 앞장서서 우승을 이끌고 싶었다. 그렇게 4년이 흘렀고 김선형은 당당히 플레이오프 MVP가 된 후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SK 김선형(좌)과 KGC 오세근(우)이 지난 4월 29일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SK 김선형(좌)과 KGC 오세근(우)이 지난 4월 29일 챔프전 미디어데이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감격에 젖어 있던 김선형에게 다가와 “수고했다”는 말을 건넨 건 오세근이었다. 한때 자신과 같은 유니폼을 입고 대학농구를 지배하던 동료였고 프로 진출 후에는 서로를 넘어야만 했던 라이벌이었던 그가 먼저 다가온 것이다. 이번 챔피언결정전의 관전 포인트는 김선형과 오세근의 승부였다. 그러나 경기장에선 뜨거웠던 둘의 승부도 모든 것이 끝난 후에는 의미가 없었다. 오세근은 자신을 꺾고 정상에 선 동생을 인정했고 김선형은 아픈 몸을 이끌고 마지막까지 자신들을 위협한 형을 치켜세웠다.

김선형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울고 있었는데 (오)세근이 형이 다가와 ‘수고했다’고 하더라. 좋은 경기를 해준 세근이 형에게 고맙다. 무릎 상태가 정말 안 좋은 것 같은데도 존중할 수밖에 없는 선수였다. 나였다면 그렇게 못 뛰었을 것 같다”며 오세근을 존중했다.

KGC 오세근(좌)과 SK 김선형(우)이 2012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1대1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KGC 오세근(좌)과 SK 김선형(우)이 2012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1대1 경기를 하고 있다. 사진=KBL 제공
김선형과 오세근의 뜨거웠던 첫 챔피언결정전 맞대결은 이렇게 끝이 났다. 대학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항상 정상에서 함께 웃었던 그들이 이번에는 서로 다른 결과를 안은 채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그러나 마지막은 아름다웠다. 승자와 패자의 운명은 갈렸지만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그 끝을 완벽하게 했다. [잠실(서울)=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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