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봉은 경북사대부고 졸업반 시절이던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 지원했다. 대학을 거치지 않았다. 그는 그해 1라운드 3순위로 대한항공 지명을 받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 졸업 예정 선수가 1라운드에 지명된 건 허수봉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허수봉은 대한항공 지명 후 이틀 만에 현대캐피탈로 트레이드 이적했다.
허수봉은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밑에서 무럭무럭 자랐다. 그의 역할은 한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았다. 라이트, 레프트는 물론이고 센터로도 뛴 바 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멀티플레이어 활약을 보였다. 2018-19시즌 우리카드와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는 파다르 대신 선발 라이트로 나와 20점을 올리며 팀을 4년 연속 챔프전에 이끈 바 있다. 이때 허수봉은 '허다르'라는 별명을 얻었다.
괴물이 되어가는 허수봉. 사진=현대캐피탈 SNS 캡처
팀의 챔프전 우승을 함께한 후 허수봉은 곧바로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했다. 입대 전에는 말랐던 허수봉이지만, 상무에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체중 증량도 하고 근육도 키웠다. 원래 빠른 스피드와 간결한 스윙이 장점이었는데, 여기에 파워까지 장착했다. 물론 승부처에서 나오는 공격 범실이 아쉽긴 하지만 허수봉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2021-22시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36경기 전 경기에 출전해 602점, 공격 성공률 52.89%를 기록했다. 라이트와 레프트를 병행했다. 리시브 효율도 28.83%를 기록했다. 그 외 공격 지표에서는 오픈 공격 3위, 시간차 공격 4위, 후위 공격 6위, 퀵오픈 8위에 자리했다. 힘이 넘치는 외인들 사이에서도 허수봉은 밀리지 않았다.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 중에 "시즌 전 많은 기대를 했는데 그 이상에 퍼포먼스가 나오고 있다. 만족하고 있다. 나이가 어려 전반적인 부분을 끌고 가는 게 쉽지 않지만 경기를 이끌어 나가는 힘이 쌓여가고 있다"라고 칭찬한 바 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그는 비시즌 임도헌호에 이름을 올렸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배구는 서울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 남자대회에 참가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해 2023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참가하는 게 목표다.
첫 경기는 호주. 사실 2m 넘는 선수들이 즐비한 호주고, 또 호주는 2022 VNL에서 경쟁력을 키웠던 팀이다. 어느 정도 열세가 예상되기도 했지만 한국은 그 예상을 깼다. 중심에는 허수봉이었다. 서브 4개, 블로킹 2개 포함 33점으로 맹활약하며 한국에 세트스코어 3-2(23-25, 25-23, 25-18, 22-25, 15-13) 승리를 안겼다.
경기 후 허수봉은 "국제 대회가 오랜만이다. 비시즌에 경기 감각이 부족해 경기 초반에 범실이 나왔는데 가면 갈수록 감을 잡아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33점은 팀 내는 물론이고, 양 팀 최다 득점이기도 하다. 호주의 2m 블로커 라인도 허수봉의 공격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어려운 볼도 큰 문제 없이 처리했다. 호주의 에이스 로렌조 포프는 17점, 공격 효율 7%에 머물렀다.
그는 "지난 두 달간 연습하면서 (한)선수 형이 먼저 공격 타이밍에 대해 물어봐 줬다. 호흡을 잘 맞췄던 것 같다. 선수 형이 잘 올려줘서 잘 때렸다"라며 "33점을 올릴 거라 생각 못했다. 호주 경기 영상을 많이 보면서 블로킹에 대한 준비를 계속했던 것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아직 만족하지 않는다. 30일 4강에서는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허수봉은 "경기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 후반에 범실이 많았던 것 같다. 난 50점이다. 다음 경기 더 잘 하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