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193고지, 이정후(24)는 3년 만의 도전에도 넘지 못했지만 타격 5관왕이란 타이틀은 차지할 수 있다.
키움 히어로즈 이정후는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의 최종전에서 5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잘 맞은 타구도 적지 않았지만 두산의 수비 시프트, 그리고 정수빈의 호수비에 잡히며 아쉽게도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
이정후는 이날 경기 전까지 193안타를 기록하며 2019년에 이어 다시 한 번 개인 최다 안타 타이 기록을 세웠다. 최다 기록을 넘어서기 위해선 단 1개의 안타가 필요했다. 그러나 신은 그에게 모든 영광을 주지 않았다.
키움 이정후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5타수 무안타 침묵하며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을 경신하지 못했다. 그러나 타격 5관왕은 확실시된 상황. 2010년 이대호 이후 가장 뛰어난 타자로 올라설 수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가장 아쉬운 순간은 5회였다. 무사 1루 상황에 타석에 선 이정후는 깔끔한 타구를 날렸지만 두산 중견수 정수빈의 다이빙 캐치에 잡혔다. 3년 만에 개인 최다 안타 기록을 넘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지만 안타가 아웃이 되고 말았던 순간이다.
이후 이정후는 2번의 기회를 더 얻었지만 범타 처리됐다. 같은 시간 삼성 라이온즈의 호세 피렐라가 2안타에 그치며 최다 안타 1위를 수성한 것에 만족해야 했다.
개인 최다 기록 달성에는 실패했으나 지금의 이정후는 분명 과거보다 더 무서운 선수가 됐다. 선구안과 안타를 만들어내는 능력은 데뷔 초부터 뛰어났으나 비교적 장타력이 떨어졌는데 올해는 그렇지도 않다. 데뷔 후 처음으로 20홈런 이상을 기록했고 장타율도 최고 수준이다. 더불어 거포들의 상징으로 느껴진 타점 역시 피렐라는 물론 김현수, 이대호, 한유섬, 나성범, 박병호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즉 타자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을 가진 남자가 바로 이정후다.
또 이정후는 올해 타격 5관왕에 도전하고 있다. 이미 모든 일정을 소화한 현재 타율(0.349), 안타(193), 타점(113), 장타율(0.575), 출루율(0.421) 등 5개 부문에서 당당히 1위에 올라 있다. 최대 경쟁자였던 피렐라 역시 모든 경기를 소화한 상황에서 이정후를 제치고 5개 부문에서 1위를 뺏어갈 선수는 없어 보인다.
만약 이정후가 타격 5관왕을 차지한다면 2010시즌 타격 7관왕에 오른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다음으로 가장 압도적인 타자가 된다. 당시 이대호는 타율, 홈런, 타점 등 트리플 크라운은 물론 안타, 득점, 장타율, 출루율까지 도루를 제외한 7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이대호는 지난 8일을 끝으로 유니폼을 벗었다. 이후 그가 걸었던 길을 이제는 이정후가 걷고 있다. 심지어 전성기가 왔는지도 알 수 없는 20대 중반의 어린 선수다. 이대호가 떠난 지금, 우리는 어쩌면 ‘이정후의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