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덩치 큰 친구들 마음이 더 여리다.”
SSG 랜더스는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의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4-3 역전승으로 창단 2년 만에 우승, 그리고 전신 SK 와이번스 시절까지 더하면 무려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이뤘다.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1위, 그리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SSG가 이 모든 것을 큰 어려움 없이 해낼 수 있었던 건 ‘어린왕자’ 김원형 감독의 지도력과 또 초호화 군단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운 정용진 구단주의 막강한 지원, 그리고 코칭스태프와 선수단 전원의 힘이었다.
이 모든 것의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해낸 ‘캡틴’ 한유섬(33)은 목발을 짚은 채 간신히 그라운드에 서 있었다. 그리고 우승이 확정된 순간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그동안의 설움을 한 번에 쏟아냈다.
한유섬은 한국시리즈 6차전 3회 주루 플레이 과정에서 3루로 가던 중 오른쪽 햄스트링 부위에 통증을 크게 호소했다. 절뚝이면서도 마지막까지 3루 베이스를 향해 슬라이딩 한 그는 이후 그라운드에 쓰러진 채 다시 일어서지 못했다.
이미 직전 타석이었던 2사 2, 3루 상황에서 1루 땅볼을 친 후 어떻게든 살기 위해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던 한유섬이었다. 결과적으로 키움 1루수 전병우의 송구 실책으로 2-2 동점이 되면서 사실상 2타점을 만들어낸 것과 같았다. 그러나 연속 슬라이딩이 무리였을까. 한유섬은 쓰러졌고 병원으로 호송되고 말았다.
‘캡틴’이 보여준 승리에 대한 열정과 의지가 선수단에 고스란히 전해진 것일까. SSG는 이후 이정후에게 솔로 홈런을 맞으며 2-3으로 다시 끌려갔으나 김성현의 결승 역전 적시타와 후안 라가레스를 시작으로 박성한, 최주환, 그리고 오태곤의 호수비가 연달아 이어지면서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뤘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된 그 순간, 한유섬은 목발을 짚고 다시 그라운드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4년 전 SK를 정상으로 이끌었던 그였지만 올해 유독 부진했다. 그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우승이라는 기쁨이 섞인 눈물이었다.
SSG 선수단, 그리고 김 감독과 정 구단주는 한유섬을 따뜻하게 맞이했다. ‘캡틴’이 어린아이처럼 울자 그를 감싸 안으며 고생했다는 말을 전했다.
김 감독은 “(한)유섬이가 정말 펑펑 울었다. 원래 덩치 큰 친구들의 마음이 더 여리다(웃음)”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유섬에게 고마움도 전한 김 감독이다. 그는 “선수란 조금만 못 해도 팬들에게 혼이 난다. 또 잘하면 칭찬을 받는 존재다. 올 한 해 유섬이가 여러 부상으로 인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색하지 않고 묵묵히 해내는 모습에 ‘주장 잘 뽑았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독였다.
김 감독의 마음을 알아챈 것일까. 한유섬은 금세 눈물을 멈추고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마음껏 만끽했다. 4년 전 결승 홈런으로 SK의 마지막 우승을 이끌었던 영웅이 4년 만에 다시 보인 미소였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