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감독을 위한 나라는 있었다 [시즌 결산]

한때 그런 시기가 있었다. 지도자 경력은 부족해도 프런트와 의사소통 능력이 뛰어난(나쁘게 말하면 말을 잘듣는) 젊은 감독들이 대접을 받았다. 그때만 하더라도 노감독을 위한 자리는 없어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2022년 메이저리그는 노감독들의 세상이 됐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2개 팀중에 5개 팀 감독이 60세 이상의 노감독이었다. 우승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더스티 베이커(73)를 비롯해 테리 프랑코나(63) 클리블랜드 가디언즈 감독, 브라이언 스닛커(67)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감독, 벅 쇼월터(66) 뉴욕 메츠 감독, 밥 멜빈(61)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감독이 그들이다. 내셔널리그 우승팀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롭 톰슨도 59세로 나이든 축에 속했다.

베이커 감독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베이커 감독은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단순히 나이만 많은 것이 아니다. 기존에는 코치 경력없이도 데이터 분석 등에 능통한 모습을 보이면 감독으로 기용되는 경우도 있었으나 이제는 최소 코치 경력이라도 쌓은 지도자들이 우대받고 있다. 스닛커처럼 마이너리그에서 오래 경력을 쌓은 지도자들이 뒤늦게 빛을 보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젊은 감독을 기용했다가 실패한 뒤 다시 노장으로 회귀한 사례도 있다. 메츠는 미키 캘러웨이, 루이스 로하스 등 40대 감독들을 연이어 기용했다가 실패하자 쇼월터를 영입했다. 제이스 팅글러가 선수단 장악에 한계를 드러낸 샌디에이고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를 이끌고 있던 밥 멜빈을 감독으로 영입했다. 두 팀 모두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시즌 도중 40대 감독이었던 크리스 우드워드를 경질한 텍사스 레인저스는 시즌이 끝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짝수 왕조’를 이끈 브루스 보치를 신임 감독으로 영입했다. 메츠와 샌디에이고의 성공에 자극받은 모습이었다.

젊은 감독의 장악력 한계를 경험한 샌디에이고는 멜빈을 영입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젊은 감독의 장악력 한계를 경험한 샌디에이고는 멜빈을 영입했다. 사진=ⓒAFPBBNews = News1

메이저리그 프런트들이 다시 지도자 선임 과정에 있어‘ 현장의 가치’를 인정해주기 시작한 모습이다.

베이커 감독은 “사람들이 자신의 재능을 가다듬는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또한 현대 야구와 예전 야구가 어우러질 필요가 있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수들이 단순한 숫자가 아닌 인간이라는 것을 알았을지도 모른다”며 노감독들이 재평가받는 현상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톰슨은 “아마도 단장, 구단주 등 구단 임원들은 데이터 분석과 올드스쿨 사이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의견을 전했다.

나이든 감독이 무조건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실패 사례도 있었다. 조 매든은 6월초 LA에인절스 감독에서 경질됐다. 야인이 된 그는 이후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통해 에인절스 프런트에 대한 불만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현장과 프런트가 조화를 이루지 못한 결과였다.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던 토니 라 루사도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으로 현장에 복귀해 두 번째 시즌을 맞이했지만 건강 문제로 자리를 비웠고 결국 팀을 떠나게됐다. 사임 사유는 건강 문제였지만, 현대 야구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듣고 있었다.

[알링턴(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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