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감사한 마음으로 배구를 즐기고 싶어요.”
현대건설 미들블로커 양효진(34)은 지난 5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2-23 V-리그 여자부 6라운드 페퍼저축은행전에서 의미있는 기록을 세웠다.
V-리그 남녀부 최초 7000점을 달성한 것. 이날 경기 전까지 6985점을 기록 중이었던 양효진은 4세트 11-7에서 이한비의 공격을 블로킹하며 7000점을 작성했다. 이날 양효진은 블로킹 4개 포함 21점을 올리며 팀의 3-2 승리에 기여했다.
2007년 남성여고 졸업 후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양효진은 데뷔 시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모습으로 V-리그 코트를 지켜왔다. 지금까지 프로 통산 462경기에 나서 7006점을 기록 중이다.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블로킹. ‘거미손’이라는 별명을 가진 양효진은 1,450블로킹을 기록 중이다. 단연 가장 많은 숫자, 또한 2009-10시즌부터 2019-20시즌까지 11시즌 연속 블로킹 여왕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베스트7 자리도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았다. BEST7 수상은 2014-15시즌부터 시행됐는데, 양효진은 8년 연속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올 시즌에도 수상이 유력하다. 양효진은 31경기에 나서 501점, 속공 성공률 53.95%, 세트당 블로킹 0.764개를 기록 중이다. 속공 1위, 블로킹 3위, 득점 7위로 여전한 모습을 보여주는 중이다.
5일 경기 종료 후 만난 양효진은 “7000점을 했다고 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러나 은퇴하고 나서 이 기록을 봤을 때 ‘아, 내가 잘 해냈구나’ 하는 뿌듯함은 느껴질 것 같다. 지금은 현역이라 그런지 큰 감정을 느끼지는 못하겠다”라고 웃었다.
말을 이어간 그는 “이제 목표는 없다. 예전에 10년 연속 블로킹 1위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11시즌 연속 블로킹 1위를 했으니 이룬 셈이다. 이제는 배구를 즐기고 싶다. 예전에는 상이나 수치에 의식을 했지만, 이제는 연연하고 싶지 않다. 늘 내 옆에서 동료들이 많이 도와줘서 여기까지 왔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시즌 초·중반까지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었다. 지난 시즌 코로나19로 인한 조기 종료로 이루지 못한 통합 우승의 꿈을 이룰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힘이 빠졌고, 5라운드에는 5연패 늪에 빠지는 위기가 찾아왔다.
6라운드 들어 3연승을 달리며 반등에 성공했지만, 흥국생명과 격차가 꽤 크다. 흥국생명(승점 73점 24승 8패)이 한 경기를 덜 치른 상황에서, 현대건설(승점 69점 24승 9패)이 4점 뒤지고 있다.
양효진도 “우리가 1위를 놓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019-20시즌, 지난 시즌에 두 번 다 1위를 달리고 있다가 시즌이 조기 종료됐다. 올해는 어떻게 해서든 우승을 하고 싶었던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양효진의 마지막 우승은 2015-16시즌이다.
그러면서 “다들 실망감이 컸지만, 지금 상황이 어떤지 잘 알고 있다. 나이는 어릴지 몰라도, 생각은 어리지 않다. 이 힘든 상황을 이겨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끝으로 양효진은 “꼭 다이렉트로 가는 게 좋은 것만은 아니다. 돌아가더라도 가기만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도착지에 가는 방법은 여러 방법이 있다”라고 끝까지 1위 자리를 포기하지 않겠나는 각오를 보였다.
[수원=이정원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