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첫 경기 패배라는 기분 나쁜 WBC 징크스가 이어졌다. 재현된 1라운드 WBC 참사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이 사실상 벼랑 끝의 위기에 몰리게 됐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라운드 첫 경기 호주와의 경기서 난타전 끝에 7-8, 1점 차 석패를 당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1패 이상으로 치명적인 의미를 지닌 1패였다.
불과 하루 뒤인 10일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본선라운드 2차전을 치른다. 객관적인 전력 상 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 일본을 1패를 안고 있는 상황에서 승리한다는 장담을 하긴 어려운 상황.
B조의 나머지 전력 구성상 일본이 B조의 1위 후보, 한국과 호주가 2위를 다투고 체코와 중국이 약체로 분류된다. 한국이 가장 경계했고, 8강 진출의 분수령이라고 봤던 호주에 덜미를 잡히면서 조 2위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
그렇기에 더욱 뼈 아픈 1라운드 첫 경기 패배다. 한국의 지난 WBC 2개 대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라는 쓰린 참사의 역사도 1경기 패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은 2013 WBC 제 3회 대회와 2017 WBC 4회 대회 연속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한 바 있다. 지난 2013 WBC에선 1경기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면서 2승 1패에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고, 2017 WBC에서는 1경기 이스라엘을 상대로 1-2로 패하면서 1승 2패의 전적으로 1라운드에서 탈락한 바 있다.
본선 라운드에 앞서 진행된 8일 공식기자회견에서도 첫 경기 중요성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캡틴’ 김현수 역시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다. 지고 이기는 것의 동기부여보다는 가장 좋은 선수가 나올 수 있는 것이 첫 경기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면서 “어떤 경기나 어떤 팀이든간에 그렇다. 그래서 꼭 잡아야 하는 경기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호주전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또 지난 2개 대회 첫 경기 패전의 원인으로 ‘지나친 긴장’이 독이 됐다는 일각의 의견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도 일부는 동의했다.
김현수 “긴장이란 것은 풀 수 없다. 그게 가능하다면 대단한 사람이고 선수다. 상대도 긴장하고 우리도 긴장할 수 밖에 없다. 그걸 처음에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지나친 부담감이 선수들의 발목을 잡은 모습이었다.
선발투수 고영표가 4회 초와 5회 초 각각 1실점을 하며 끌려갔던 한국은 5회 양의지가 극적인 역전 스리런포로 경기를 뒤집은 이후 6회 말 박병호의 1타점 적시타로 점수 차를 4-2까지 벌리며 앞서갔다.
경기 초중반까지 내내 끌려가던 흐름을 뒤집은 귀중한 한 방에 이어 6회 추가점까지 나오면서 경기가 쉽게 풀려가는 듯 했다. 하지만 좋은 기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7회 초 교체된 투수 소형준이 사구, 안타, 희생번트 등을 허용해 1사 2,3루의 위기에 몰렸다. 결국 김원중이 스리런 홈런을 맞으면서 4-5로 경기가 뒤집혔다.
이어 8회 초 1사에서 마운드에 오른 양현종도 연속 안타 허용에 이어 스리런 홈런을 내주면서 4-8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이어진 8회 말 공격에서 집중력 있는 공격을 펼쳐, 밀어내기 볼넷 등으로 3점을 따라붙었지만 끝내 1점 차 열세를 뒤집지 못하고 패하고 말았다. 새로운 도쿄 참사의 탄생이었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