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의 에이스’ 김광현 손에 모든 희망이 달려 있다 [MK도쿄]

“일본을 결승에서 다시 만나면 그때 던지겠다.”

본선 경기 전 나눴던 이야기는, 이젠 한국의 바램이 됐다. ‘일본 킬러’ 김광현의 어깨에 대한민국야구대표팀의 운명이 결정될 상황. 김광현이 한국의 3연속 WBC 1라운드 탈락이란 참사를 막을 유일한 희망이다.

한국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본선라운드 첫 경기 호주와의 경기서 난타전 끝에 7-8, 1점 차 석패를 당했다. 치열한 승부 끝에 아쉽게 패했지만 결과적으로 1패 이상으로 치명적인 의미를 지닌 1패였다.

숙명의 에이스, 김광현의 손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모든 희망이 달려 있다. 사진(일본 도쿄)=김원익 기자
숙명의 에이스, 김광현의 손에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의 모든 희망이 달려 있다. 사진(일본 도쿄)=김원익 기자

이제 한국이 B조 5개 팀 가운데 상위 1,2위 팀에게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해선 사실상 일본을 꺾고 잔여 경기에서 전승을 하는 경우의 수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됐다.

그리고 벼랑 끝에 몰린 이강철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 감독은 10일 오후 7시 도쿄돔에서 열리는 일본과의 B조 2경기 선발로 한국을 대표하는 좌완투수 김광현을 낙점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일본전을 잘 이끌어 줄 베테랑의 경험과 김광현의 능력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9일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이강철 감독은 “(9일 호주전이) 승부치기까지 갔다면 김광현을 투입했을 것이다. 7회부터 김광현을 한일전 선발로 염두에 두고 있었다”면서 “어차피 초반을 끌어줘야 할 투수는 베테랑이다. 서로 잘 알지만 경험 있는 투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김광현이 잘 끌어주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9일 한국은 피홈런만 3방을 허용하고 8실점을 하면서 한 수 아래 전력으로 여겼던 호주에 패배했다. 경험과 능력, 투구수 제한, 벼랑 끝에 몰린 1패의 전적 등, 여러 제반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사실상 김광현 외에는 꺼낼 카드가 없었다.

김광현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이다. 대회를 앞두고 이강철 감독은 일찌감치 김광현과 양현종 등 베테랑 투수들을 승부처 구원투수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그렇기에 김광현 또한 일본전이 아닌 9일 호주전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다.

8일 공식훈련에서 만난 김광현은 “호주전을 이기면 좋은 분위기 속에서 일본을 만날 수 있기에 오히려 잘 되지 않았나 싶다”면서 “우선 포커스가 호주전에 맞춰져 있기에 이기고 나면 조금 더 편한 마음에서 일본과 경기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호주전을 이겨서 좋은 분위기에서 일본전을 임하면 좋을 것 같다”며 거듭 호주전 승리 의지를 내비쳤다.

사진=천정환 기자
사진=천정환 기자

하지만 그의 바람대로 호주전 결과가 이뤄지지 않았고 숙명의 한일전에 다시 김광현의 이름이 전광판에 새겨지게 됐다.

또한 김광현은 8일 인터뷰서 “일본을 포함해서 다 이기면 좋을 것 같다. 쉬운 경기는 아닐 것 같다. 모든 선수들이 집중도나 관심이 많이 쏠리는 부담되는 경기를 하는 건 항상 그렇지 않나. 나 역시 나가면 부담이 된다”며 일본전에 대한 솔직한 부담을 전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전 승리에 대한 의지도 함께 드러냈던 그다.

‘일본 킬러’의 도쿄돔 컴백이다. 일본을 상대로 김광현 개인적으로 아쉬운 기억과 영광스러운 기억이 공존한다. 여전한 믿음에 대해 김광현은 어떤 입장일까.

취재진의 질문을 들은 김광현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제가 나갈까요?”라고 반문한 이후 솔직한 속내와 함께 ‘결승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희망도 드러냈다.

“어쨌든 계속 일본전에 운 좋게 등판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잘 던질 때도 있었고 못 던질 때도 있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최선을 다해서 던질 것이다. 아직 확정된 게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일본을 예선전에서 만나고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때 던지겠다.” 후배들을 믿고 가장 큰 무대에서 일본을 상대로 멋진 피날레를 하고 싶었던 김광현의 이 바람은 결국 우선 이뤄지지 않았다.

그 희망의 길을 스스로 열어야 하는 상황. 또 김광현에 기대어 그의 손에 모든 부담을 짊어지게 해야 하는 상황은 안타깝지만, 이젠 김광현 외에 믿을 희망이 안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도쿄(일본)=김원익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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