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은 무조건 정신력으로? 수준 차이가 적당해야 통하는 말…한국야구의 민낯 처참했다 [WBC]

한일전은 결국 정신력이다? 수준 차이가 적당해야 통하는 말이다.

한국 야구대표팀은 10일(한국시간) 일본 도쿄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일본과의 두 번째 경기에서 4-13으로 굴욕적인 대패를 당했다. 잠깐의 기쁨 끝 좌절의 순간은 한없이 길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처참한 패배.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가장 굴욕적이며 끔찍했던 한일전 패배의 날이었다. 승리의 의지는 없었고 선수들의 기량은 물론 경기 운영 등 단 한 가지도 일본에 앞서지 못한 완패였다.

한일전은 결국 정신력이다? 수준 차이가 적당해야 통하는 말이다. 사진(도쿄 일본)=AFPBBNews=News1
한일전은 결국 정신력이다? 수준 차이가 적당해야 통하는 말이다. 사진(도쿄 일본)=AFPBBNews=News1

한국이 그동안 모든 한일전에서 승리한 건 아니다. 그 안에선 대패도 있었고 대승도 있었으며 치열한 접전 끝에 얻은 값진 승리와 아쉬운 패배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경기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천천히 굴욕을 맛본 패배는 찾기 힘들다. 그만큼 상대가 되지 않았다.

흔히 한일전은 정신력에 승패가 좌우된다고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인프라는 하늘과 땅의 차이보다 크다. 그럼에도 한국이 일본을 상대로 적지 않게 이겨왔기에 정신력으로 승리했다는 표현이 적당했다. 그러나 그 차이도 어느 정도여야 통한다. 이번 WBC에서 치른 한일전은 정신력조차 찾기 힘들었으며 또 있다 하더라도 결코 넘을 수 없는 큰 벽이 존재했다.

일본의 야구는 정확했고 강했으며 빨랐다. 단순히 정신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것에 의존하지 않았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마다 150km대 강속구와 예리한 변화구를 갖추고 있었다. 제구력은 한국 투수들과 비교하기 미안할 정도로 정확했다. ‘스몰볼’로 대표되며 저평가됐던 타자들의 타격은 파워풀했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는 예리함도 갖췄다.

반면 한국은 선발 김광현이 무너진 이후부터 제대로 1이닝 이상 책임진 투수가 없었다. 그나마 원태인이 큰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했고 박세웅이 남은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이 긍정적인 부분. 이외에는 스트라이크를 제대로 던질 줄 아는 투수가 없었다. 150km대 공을 던지는 투수도 찾기 힘들었고 있다고 해도 제구가 되지 않았다. 벤치의 투수 교체 타이밍 역시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 많았다. 마운드에 오른 투수마다 얻어맞기만 했을 뿐이다.

그나마 홈런을 기록한 양의지와 박건우, 멀티 히트를 기록한 이정후의 타선은 자존심을 지켰다. 물론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테이블 세터진은 호주전에 이어 또 침묵했고 베테랑 타자들의 부진은 여전했다.

한국야구의 몰락이다. 국내 스포츠 중 최고 인기를 자랑하고 있지만 선수들의 수준은 점점 떨어졌다. 우물 안에서 그들만이 자화자찬하는 시간이 벌써 10년이다. 메이저리그에서 한국 선수를 찾기 힘들어진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KBO리그의 질이 향상된 것도 아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올림픽, WBC와 같이 대외적으로도 인정받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적조차 없다.

후회하고 반성하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다. 10년 전부터 실패하고 있었던 한국야구다. 그저 외면했을 뿐이다. 10년 동안 바뀐 건 없었다. 그럼에도 달라져야 한다.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래도 바뀌어야 한다. 우물 안 개구리도 10년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는 한국야구의 현실을 살펴보면 암울하기만 하다. ‘거품 몸값’으로 가득하다며 비판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을 대체할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악순환의 연속일 뿐이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조차 내기 어렵다.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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