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잘 모르겠다. 꼭 그 타이밍에 몸을 풀어야 했을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타락 위기에 몰려 있는 한국 대표팀의 투수 운영이 즉흥적이고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심히 걱정되는 장면이었다.
2차전 일본전 선발로 나선 김광현이 1차전 호주와 경기서 몸을 푼 것이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김광현은 호주전 초반 불펜에 등장했다. 한참 동안 몸을 푼 뒤 더그 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날 등판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호주전에 나서지 않았다.
7회 1사2,3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오른 것은 김원중이었다. 그리고 결과는 우기 모두가 아는 그 결과가 나왔다.
김광현은 경험과 실력 면에서 단연 대표팀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선수다.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써야 하는 카드였다.
하지만 호주전 위기 상황에서 김광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경기 초반, 몸을 푼 것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광현은 1차전 후 2차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로 예고 됐다. 전날 불펜에서 15~20구 정도를 던진 투수가 다음 날 선발로 나서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일본이었다. 호주전 패배로 더욱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였다. 공 하나하나에 혼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투구수는 65개로 제한돼 있었다. 애당초 그를 일본전 선발로 쓸 생각이었다면 철저하게 보호를 해줘야 했다.
65개의 공에 모든 것을 실을 수 있도록 아끼고 또 아껴줬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수가 전날 불펜에서 몸을 푸는 흔치 않은 광경이 연출 됐다.
김광현이 약속된 65구 이내에서 일본을 압도했다면 경기 내용은 또 다른 곳으로 흘러 갔을수도 있다.
이 대회 우승을 노리는 일본은 오타니를 공수하는데만 1억 5000만 원(전용기 비용)을 들였다.
어린아이 손목 비틀기나 다름없는 중국전 선발로 나선 것도 이후 8강과 결승까지 영두에 둔 로테이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쪽으로 생각해 보려 해도 김광현의 전날 불펜 피칭 후 다음 날 일본전 선발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총력전은 쓸 수 있는 전력을 모두 끌어 쓰는 것을 뜻한다. 이강철 대표팀 감독은 계속 호주전만을 이야기 했다. 호주만 잡으면 2등으로 8강에 갈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덫에 스스로 걸린 모양새가 됐다. 호주전을 어떤 해든 이기겠다는 생각에 이 선수 저 선수 되는 선수는 다 끌어다 쓰려던 것이 큰 패착이 됐다.
설마 일본전은 어차피 김광현 이후로는 막기 힘드니까 미리 포기해 버린 것은 아닐 것이라 믿고 싶다. 감독이 절대 그런 마음을 먹지는 않았으리라 기원한다.
김광현이 호주전을 앞두고는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다면 더욱 더 일본전 선발로 쓰면 안 됐다.
김광현은 일본전서 2회까지 호투했지만 투구 수가 늘어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전날부터 시작된 피로가 어깨를 짓눌렀을 가능성이 있다. 김광현의 호주전 불펜 피칭이 두고두고 아쉽게 느껴지는 이유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