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은 또 총력전이다.
벼랑 끝에 몰린 ‘이강철 호’가 12일 8강의 운명이 걸린 체코전을 앞두고 있다. 이날 패하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된다.
호주가 전패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이 있지만 아직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모든 투수를 동원해서라도 일단 체코전 승리로 분위기를 바꾸고 싶은 것이 이강철 감독의 계산일 것이다. 그러나 간과해선 안 될 것이 있다. 아직 대회 마지막 경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투수 총동원도 좋지만 믿을 수 있는 투수를 아껴두는 것도 중요하다.
이강철 감독은 이날 경기에 고영표까지 대기한다고 밝혔다. 호주전의 김광현이 데자뷔 되는 대목이다.
이 감독은 호주전 올인을 선언했다. 그 결과가 김광현의 불펜 피칭이었다.
김광현은 호주전 초반 불펜에 등장했다. 한참 동안 몸을 푼 뒤 더그 아웃으로 돌아왔다.
이날 등판이 예정돼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호주전에 나서지 않았다.
김광현은 경험과 실력 면에서 단연 대표팀 에이스라 부를 수 있는 선수다. 팀이 꼭 필요로 할 때 써야 하는 카드였다.
하지만 호주전 위기 상황에서 김광현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그 때문에 경기 초반, 몸을 푼 것이 더욱 이해가 되지 않았다.
김광현은 1차전 후 2차전 일본과 경기에 선발로 예고 됐다. 전날 불펜에서 15~20구 정도를 던진 투수가 다음 날 선발로 나서는 일은 흔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상대는 일본이었다. 호주전 패배로 더욱 승리가 절실했던 경기였다. 공 하나하나에 혼이 실릴 수밖에 없었다.
투구 수는 65개로 제한돼 있었다. 애당초 그를 일본전 선발로 쓸 생각이었다면 철저하게 보호를 해줘야 했다.
65개의 공에 모든 것을 실을 수 있도록 아끼고 또 아껴줬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선수가 전날 불펜에서 몸을 푸는 흔치 않은 광경이 연출 됐다.
고영표도 비슷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체코전에 몸만 풀고 중국전 선발로 나설 수 있다. 쓸 거면 확실하게 쓰고 아끼려면 확실하게 아껴둬야 한다.
무리는 대표팀이 반드시 피해야 하는 상황이다. 가능하다면 고영표를 최대한 아껴두었다가 중국전에 쓸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표팀 투수들은 내상을 크게 입은 선수들이 많다. 확실히 믿고 쓰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회가 주는 부담감에 자책감까지 들며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믿을 수 있는 투수들을 잘 아껴 써야 한다.
벼랑 끝에 몰렸다고 있는 힘을 다 쓰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김광현의 실패가 좋은 예라 할 것이다.
고영표를 중국전에 쓸 계획이 있다면 불펜 투구부터 야껴줄 필요가 있다. 이미 정신적으로 타격을 받은 고영표다. 체력적으로라도 아껴주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김광현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눈앞의 체코전도 중요하지만 중국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상대다.
이강철 감독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