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너무 긴장돼요” 韓日전 40분 전 울린 이용규의 핸드폰…주인공은 이정후, 급히 도움을 청했다

“긴장된다고 하더라.”

키움 히어로즈 베테랑 외야수 이용규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외야수 중 한 명이었다. 2006 도하 아시안게임을 시작으로 2008 베이징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2013 WBC, 2015 프리미어 12, 2017 WBC까지 총 7차례의 국제 대회에 나섰다.

올림픽 금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프리미어 12 초대 우승, WBC 준우승 등 한국 야구의 숱한 영광을 함께 했던 이용규다. 특히 2009 WBC 결승전에서는 도루를 시도하다가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도중 헬멧이 깨지는 일도 있었다.

이정후는 한일전이 열리기 전 이용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사진=MK스포츠 DB
이정후는 한일전이 열리기 전 이용규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청했다. 사진=MK스포츠 DB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용규, 지난 10일 열린 WBC 조별예선 2차전 일본과의 경기 시작 40분 전 팀 동생 이정후에게 전화가 왔다. 그 역시 타국에서 고생하는 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준비하던 찰나에 이정후의 전화를 받은 것.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취재진과 만난 이용규는 “처음에는 무슨 일 있는지 알았다. 그런데 너무 긴장된다고 하더라. 멀리 있지만, 전화까지 한 선수에게 할 수 있는 말은 ‘하던 대로, 편하게 하라. 자신 있게, 넌 능력이 좋은 선수야’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다르빗슈 선수에 대해서도 물어보더라. 사실 나도 만난 지 오래되어서 질문을 받았을 때 당황했다. 거기에 있었더라면 어땠을지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해줬다. 다르빗슈는 슬라이더가 워낙 좋았다. 빠른 카운트에 빠른 공만 생각하고 치라고도 했고, 2스트라이크 이후엔 느린 공도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정후를 비롯한 WBC에 나선 태극전사들은 최선을 다했지만, 웃지 못했다. 일본에 4-13으로 패했다. 결국 호주와 일본의 벽을 넘지 못하며 2승 2패, 조 3위로 다음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다. 2013, 2017년에 이어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이다.

이용규는 “스포츠는 결과로 말한다. 나 역시 2017년 WBC에서 2라운드 진출을 하지 못했다. 무게감도 알고, 죄책감도 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느꼈을 것이다. 이제는 개개인의 노력,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일본과 같은 좋은 볼을 던지는 투수들이 많이 나와야 하고, 좋은 볼들을 이겨낼 수 있는 타자들이 나와야 하는 게 첫 번째다. 그래야 국제 대회에 나갔을 때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우리 리그를 한 단계 더 높여야 한다”라고 힘줘 말했다.

호주전 7-8 믿을 수 없는 패배 이후 만난 숙명의 라이벌 일본, 거기에 일본 야구의 상징인 도쿄돔에서 펼쳐지니 선수들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4만명이 넘는 관중들이 모두 일본을 향해 응원을 하니 긴장을 느끼지 않는 선수들도 그 상황에서는 긴장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용규는 “일방적인 느낌일 것이다. 나 역시 그 긴장감을 알고 있다. 그래서 초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초반 3점을 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지키려고 하는 부담감에 자기 기량을 못 발휘했던 것 같다”라고 아쉬워했다.

한편, 이정후를 비롯한 이지영, 김혜성 등 WBC에 참가했던 키움 선수들은 15일 팀 훈련에 합류할 예정이다.

[고척(서울)=이정원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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