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와르르’ 잘 나가던 거인군단, ‘불펜진 부진’에 발목 [MK초점]

롯데 자이언츠가 불펜 안정화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28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앞둔 롯데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럴 만도 했다. 최근 거센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롯데는 파죽의 3연승을 달리며 26승 15패를 기록, 1위 LG 트윈스를 불과 한 경기 차로 맹추격하고 있었다.

경기 전 만난 롯데의 사령탑 래리 서튼 감독의 표정도 밝았다. 그는 특히 30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잠실야구장에서 펼쳐지는 1위 LG와의 주중 3연전에 대해 “기대된다. 전율있는 경기, 재미있고 흥미진진한 경기를 생각하고 있다. 가장 기대되는 것은 상대팀에도 강한 선발이 나온다. 그 부분을 철저히 준비해서 이길 전략을 준비하겠다”며 3연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1위에 등극할 수도 있다는 취재진의 발언에 “그게 목표”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롯데 윤명준이 임지열에게 역전 만루포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28일 고척 키움전에서 롯데 윤명준이 임지열에게 역전 만루포를 맞은 뒤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고척 서울)=김영구 기자

그러나 롯데의 이 같은 좋은 흐름은 오래 가지 못했다. 선발투수 나균안의 6이닝 1실점 역투와 5득점에 성공한 타선의 화력에 힘입어 이날 경기 중반까지 주도권을 쥐었지만, 불펜진이 무너지며 5-7로 쓰라린 역전패를 당한 덕분이었다.

롯데 불펜진의 부진은 비단 이날만의 일이 아니었다. 롯데는 전날(27일) 고척 키움전에서도 불펜진이 흔들리며 다 잡은 승리를 놓칠 뻔 했다.

시간을 당시로 돌려보자. 6-0으로 넉넉히 앞서 있던 롯데는 9회말 우완 진승현을 투입했다. 진승현은 선두타자 이정후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았고, 김혜성에게도 우전 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이어 에디슨 러셀에게도 연거푸 2개의 볼을 던지자 롯데 코칭스태프는 즉각 마운드를 방문해 진승현을 안정시켰다.

그 덕분일까. 진승현은 러셀을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반등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는 곧바로 후속타자 송성문에게 볼넷을 내줬고, 결국 롯데 벤치는 우완 윤명준으로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첫 타자인 이원석을 삼구 삼진으로 막으며 기세를 올린 윤명준. 하지만 좋은 분위기는 오래 가지 않았다. 곧바로 김동헌에게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았다.

그러자 롯데 벤치는 마무리 김원중까지 출격시켰다. 갑작스러운 등판에 김원중은 임지열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준 데 이어 임병욱에게는 2타점 적시타까지 맞으며 흔들렸지만, 끝내 리드만은 내주지 않으며 가까스로 롯데의 6-5승리를 지켜냈다. 단 경기 후 서튼 감독이 “9회 실점에 대해서는 재조정 할 필요가 있다”고 할 정도로 분명히 복기가 필요한 장면이었다.

그러나 이날도 롯데 불펜진은 반등하지 못했다. 나균안의 뒤를 이어 7회말부터 등판한 우완 김도규가 흔들렸다. 선두타자 김동헌을 유격수 땅볼로 잠재웠지만, 김휘집에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2루타를 맞았고, 이형종에게도 우전 안타를 허용했다. 롯데 벤치는 즉각 좌완 김진욱을 투입해 불을 끄고자 했다.

다행히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은 첫 타자 임지열에게 볼넷을 범하며 1사 만루에 몰렸지만, 김혜성을 2루수 땅볼로 이끌며 빠르게 한 점과 아웃카운트 한 개를 맞바꿨다. 이어 후속타자 이정후는 좌익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하지만 8회말 들어 진짜 악몽이 시작됐다. 김진욱으로부터 바톤을 넘겨받은 우완 김상수가 러셀과 임병욱, 이원석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순식간에 무사 만루에 봉착했고, 김동헌에게는 중견수 방면 희생플라이까지 헌납했다. 이후 김상수는 김휘집에게도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맞아 1사 만루와 직면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롯데 벤치는 고심 끝에 다음 투수로 우완 윤명준을 택했다. 마무리 투수 김원중이 27일 불펜진의 부진으로 연투를 해 등판이 어렵고, 9회말 등판할 계획이었던 우완 구승민 또한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해 내린 판단이었다.

결과론적으로 이는 최악의 악수가 됐다. 윤명준은 이형종을 삼구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후속타자 임지열에게 4구 승부 끝에 가운데 담장을 살짝 넘어가는 역전 만루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김혜성에게 우중간에 떨어지는 2루타를 허용한 뒤 이정후를 1루수 땅볼로 잡아냈지만, 이미 분위기는 키움으로 완벽히 넘어간 상황이었다.

이후 9회초 타선이 침묵을 지키며 롯데는 결국 쓰라린 역전패와 마주해야 했다. 특히 만약 이번 경기에서 승전고를 울렸다면, 이날 우천 취소돼 경기가 없었던 SSG랜더스를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설 수 있었기 때문에 그 아쉬움이 더했다.

이날 키움전 전까지 자신감으로 가득했지만, 이틀 연속 불펜진이 흔들리며 상승세가 한풀 꺾이게 된 거인군단. 앞서 말했듯이 다음 상대는 1위 LG다. 과연 롯데가 LG를 상대로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고척(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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