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하게 끝내고 내일을 맞이했으면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팀에 미안하다.”
결승타 포함 3타점을 올리며 두산 베어스의 3연패 탈출을 이끌었음에도 내야수 박계범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박계범은 1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원정경기에 7번타자 겸 유격수로 선발출전해 4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 두산의 7-4 승리에 앞장섰다.
박계범의 방망이는 경기 초반부터 매섭게 돌아갔다. 양 팀이 0-0으로 팽팽히 맞선 2회초 1사 2, 3루에서 LG 선발투수 케이시 켈리의 4구 140km 슬라이더를 공략,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1타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두산이 이후 동점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함에 따라 박계범의 이 안타는 이날의 결승타가 됐다.
4회초 유격수 땅볼, 6회초 중견수 플라이로 잠시 숨을 고른 박계범은 두산이 5-2로 앞선 8회초 1사 2, 3루에서 다시 날카롭게 배트를 돌렸다. 상대 우완 불펜 자원 이정용의 6구 133km 슬라이더를 받아 쳐 좌익수 오른쪽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작렬시켰다. 순식간에 두산으로 완벽하게 흐름을 가져오는 한 방이었다.
단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9회말 수비에서 박계범은 2사 후 홍창기의 땅볼 타구를 포구하지 못해 출루를 허용했다. 이어 박해민의 우전 안타로 상황은 2사 1, 2루가 됐고, 여기에서 김현수가 2타점 우전 적시 3루타를 치며 격차를 좁혔다. 다행히 두산 마무리 투수 홍건희가 후속타자 오스틴 딘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더 이상의 실점은 하지 않았다.
이 때문인지 경기 후 만난 박계범은 미소를 보이지 못했다. 그는 “순간적으로 볼을 놓쳤다. (홍)창기 형이 빠르다 보니 급하게 던지려 했는데 옥에 티가 된 것 같다”며 “깔끔하게 끝내고 내일을 맞이했으면 좋은 분위기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었을 텐데…마지막에 옥에 티가 생겨서 미안했다. (홍)건희형 투구 수도 늘었다”고 아쉬워했다.
실책을 범하긴 했지만, 박계범이 이날 두산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는 “찬스가 두 번 걸렸는데, 다행히 해결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고 타점을 올린 상황들을 돌아봤다.
그러면서 박계범은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치고 마지막 타석에서는 솔직히 (강)승호형이 해결하라고 뒤에서 기도하고 있었다. 다행히 밀어내기 볼넷으로 해결해줬고, 그러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그래서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8회초 쐐기 2타점을 올린 순간에 대해 설명했다.
두산은 올 시즌 김재호의 뒤를 이을 주전 유격수를 찾고 있다. 최근에는 박계범이 이 자리에 근접한 모양새다. 그럼에도 그는 “(저는) 주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는 모든 멀티 포지션을 소화해야 한다. 부담감도 있고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며 “1000경기를 뛰어도 안정된 마음으로 경기를 하지는 못할 것 같다. 즐기면 즐겼지 부담감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더 즐기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두산은 이날 승리로 3연패에서 탈출했다. 시즌 성적은 30승 1무 29패. 만약 이날 패배했다면 5할 승률이 무너질 수도 있었지만, 위기에서 벗어났다. 여기에는 베테랑 선수들의 리더십이 있었다.
박계범은 “(연패 기간) 선수들이 어쩔 수 없이 많이 위축돼 있던 것 같다. 득점권에서 점수를 못 내다보니 생각을 안 할려고 해도 타석에 들어가면 생각이 났을 것”이라며 “어제(16일) 잠실 LG전(4-7 두산 패)이 끝나고 (허)경민이 형을 필두로 형들이 ‘분위기만 쳐지지 말자’, ‘할 꺼 하고 즐겁게 하던 거 하자’, ‘이제 5할인데, 못하고 있는 것 아니고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 다 같이 으쌰으쌰 하자’고 했던 게 좋은 결과가 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