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수영 단체전 선전 속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숨은 영웅들의 희생과 헌신 [이한주의 항저우 레터]

항저우에서 한국 수영의 기세가 뜨겁습니다. 선수들은 연일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선보이며 필자를 비롯한 팬들을 열광하게 하고 있습니다. 27일 경기 전 기준으로 한국 수영은 2개의 금메달과 은메달 2개, 5개의 동메달을 쓸어담으며 이미 지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금 1개·은 1개·동 4개) 대회의 성적을 넘어섰습니다.

특히 단체전에서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한국 수영은 벌써 남자 800m 계영(금메달)과 남자 400m 혼계영(은메달)에서 2개의 메달을 획득했습니다.

먼저 황선우, 김우민, 이호준, 양재훈으로 꾸려진 계영 대표팀은 25일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800m 계영 결승전에서 7분01초73으로 터치패드를 찍었습니다. 한국 수영 역사상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처음으로 금메달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800m 계영에서 우승이 확정된 후 포효하는 대표팀. 사진(항저우 중국)=AFPBBNews=News1
800m 계영에서 우승이 확정된 후 포효하는 대표팀. 사진(항저우 중국)=AFPBBNews=News1
똘똘 뭉쳐 800m 남자 계영에서 새 역사를 쓴 대표팀.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캡처
똘똘 뭉쳐 800m 남자 계영에서 새 역사를 쓴 대표팀. 사진=대한체육회 공식 SNS 캡처

기록 또한 훌륭했습니다. 이들이 작성한 7분01초73은 일본 대표팀이 2009년 로마 세계선수권에서 작성한 7분02초26을 14년 만에 0.53초 단축한 아시아 신기록이었죠.

단체전에서의 메달 낭보는 26일에도 이어졌습니다. 이주호(배영), 최동열(평영), 김영범(접영), 황선우(자유형)으로 구성된 혼계영 대표팀은 대회 400m 혼계영에서 3분32초05를 기록, 3분27초01의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중국(쉬자위-친하이양-왕창하오-판잔러)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죠.

은메달은 아시안게임 이 종목에서 한국의 최고 성적 타이이자, 지난 2010 광저우 대회(박선관, 최규웅, 정두희, 박태환) 이후 13년 만이었습니다.

다만 우리가 한 가지 알아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이렇듯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기까지는 숨은 영웅들의 헌신이 있었다는 것을요.

다시 800m 계영에서 금메달을 땄던 25일로 돌아가보죠. 결승에 앞서 진행된 예선 대표팀 명단을 보면 결승과는 사뭇 다릅니다. 황선우와 이호준이 빠지고 대신 이유연과 김건우가 들어가 레이스를 펼쳤습니다.

이는 24일 남자 자유형 200m 예선과 결승에 출전한 황선우와 이호준의 피로가 누적될 수도 있기 때문에 ‘후보 선수’를 투입한 것입니다. 미국이나 호주, 영국 등의 수영 강국이 주로 쓰는 전략입니다.

그렇게 양재훈, 김우민, 이유연, 김건우로 꾸려진 대표팀은 예선에서 7분12초84를 기록, 전체 1위에 오르며 결승에 안착했습니다. 수영은 예선 성적 대로 레이스를 펼치는 레인이 결정되는데, 1위 팀은 물살 저항을 가장 덜 받고, 다른 선수 파악 등이 용이한 4번 레인에 배치됩니다. 이유연, 김건우의 노고에 힘입어 결승에서 가장 유리한 4번 레인을 차지했던 한국은 결국 사상 최초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26일 혼계영 400m에서도 후보 선수들의 활약은 빛났습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이주호(배영), 조성재(평영), 김지훈(접영), 이호준(자유형)으로 명단을 꾸렸습니다. 이중 결승에 나선 선수는 이주호 뿐이었죠.

조성재와 김지훈, 이호준 역시 폭발적인 스피드를 뽐냈고, 이들의 질주를 앞세운 대표팀은 3분38초96을 기록했습니다. 중국(3분34초80), 일본(3분37초03)에 이어 전체 3위에 위치한 대표팀은 결승에 진출할 수 있었고, 13년 만의 이 종목 은메달이라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예선 후 황선우를 대신해 뛰었던 이호준이 “우리의 역할은 결승에 뛸 선수들에게 좋은 레인을 줘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런 점에 있어서 우리는 역할을 충분히 잘 수행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잘 집중해서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 결승에 나선 선수들이 화답한 셈입니다.

男 혼계영 400m 예선에 나선 이주호(왼쪽부터) 조성재, 김지훈, 이호준. 사진(항저우 중국)=이한주 기자
男 혼계영 400m 예선에 나선 이주호(왼쪽부터) 조성재, 김지훈, 이호준. 사진(항저우 중국)=이한주 기자

예선에 나선 후보 선수들도 물론 메달을 받습니다. 26일 현장에서 필자와 만난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다른 국제대회와 마찬가지로 후보 선수들도 메달을 받는다”고 전했습니다. 단 후보 선수들은 결승에 나선 선수들보다 관심을 많이 받지 못하고, 잊혀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후보 선수들도 엄연히 국가대표입니다. 비록 결승에 나선 선수들보다 기록이 살짝 밀려 ‘후보’라는 수식어를 앞에 달고 있으나, 각 주종목에서는 엄연히 ‘1인자’입니다. 자존심이 다소 상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희생과 헌신을 아끼지 않았고,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런 숨은 영웅들의 활약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단체전에서의 좋은 결과들은 결코 1, 2명의 선수가 아닌, 모든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만든 성과물이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내기까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굵은 땀방울과 눈물을 쏟은 이들의 투지와 투혼에 아낌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냅니다.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항저우(중국)=이한주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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