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는 최근 일본 야구와 벌어지는 격차를 계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2021년 여름 요코하마에서, 2023년 봄 도쿄돔에서 우리는 그 격차를 확인했다.
그리고 이번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에서 그 격차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선전한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정상급 선발 FA가 됐다. 계약 규모가 2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티브 코헨 뉴욕 메츠 구단주는 야마모토를 직접 만나기 위해 태평양을 건넌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에는 야마모토가 미국으로 건너와 팀들을 만날 예정이다.
베이브 루스를 넘어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타 겸업 선수가 된 오타니 쇼헤이는 메이저리그 이적시장을 휘어잡고 있다. 계약 규모가 6억 달러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미 메이저리그를 평정한 오타니는 그렇다쳐도,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도 나서지 못한 야마모토가 이런 고평가를 받는 배경에는 WBC가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에서는 이정후가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한다. 코디 벨린저, 케빈 키어마이어를 제외하면 눈에 띄는 중견수가 없는 외야 FA 시장에서 각광받으며 꾸준히 FA 랭킹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상황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한국대표팀이 WBC에서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상대로 조금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면 그역시 더 좋은 대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사실.
이정후는 그런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WBC 무대에서 한국이 1라운드에 져서 탈락한 결과다. 그가 이 대회에서 상대한 현역 메이저리거는 다르빗슈 유가 유일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격차는 따로 있다. 양 팀의 포스팅 시스템의 차이다.
KBO리그의 포스팅 시스템은 일본의 그것에 비해 제한이 많다. 25세 이상, 6년의 서비스 타임을 채우면 해외 진출이 가능한 일본과 달리 한국은 이보다 더 긴 7년을 채워야한다.
일본은 6년을 채우지않아도 1년만 뛰면 해외 진출을 허용하고 있다. 오타니도 6년을 채우지 않았음에도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대신 아마추어 계약을 감수해야한다.
한국은 그런 기회조차없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유망주들은 KBO리그와 해외 진출 두 갈래 길을 놓고 고민한다. 한 쪽을 택하면 향후 수 년간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게된다. 폐쇄적이다. 군복무라는 변수까지 생각하면 갑갑함은 더하다.
협상 기간도 다르다. 일본이 45일간 협상 기간을 주는 반면, 한국은 30일로 제한된다.
이정후의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는 윈터미팅 현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KBO리그 포스팅 시스템의 폐쇄성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KBO에 대한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며 이를 인지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처럼) 1년만 뛰면 FA 자격을 인정해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선수들을 위해 통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더했다.
‘어차피 갈 선수도 많이 없는데 그게 그렇게 중요하냐’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KBO리그의 선수층은 일본의 그것에 비해 한참 얇아서 선수 유출을 막아야한다는 주장도 할 수 있다.
그저 현실을 외면하려는 변명처럼 들린다. 선수층에 대해 말하면 나오는 흔한 레파토리중 하나인 ‘고교 야구 저변 문제’도 이제는 철지난 노래다. 대한야구협회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돈 고교야구팀 숫자는 98개. 한국의 시장 규모를 생각하면 절대 적은 숫자가 아니다. 자원을 제대로 평가하고 활용하지 못하는 이들이 문제인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폐쇄적인 제도가 가뜩이나 세계 야구의 중심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한국 야구를 더욱 더 우물안으로 구겨넣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국내 리그는 잘돌아가고 있지않느냐”고 반박한다면, 그때는 할 말이 없다.
페이오프피치(payoff pitch)는 투수가 3볼 2스트라이크 풀카운트에서 던지는 공을 말한다. 번역하자면 ’결정구’ 정도 되겠다. 이 공은 묵직한 직구가 될 수도 있고, 때로는 예리한 변화구, 때로는 실투가 될 수도 있다.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은 더 이상 투수의 것이 아니듯, 기자의 손을 떠난 글도 더 이상 기자의 것이 아니다. 판단하는 것은 독자 여러분의 몫이다.
[내슈빌(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