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장 공포증, 언제 떨쳐낼까.
조 트린지 감독이 지휘하는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21년 창단 후 지금껏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팀이 있다. 바로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8일 홈경기 전까지 14번 만나 14번 모두 졌다. 컵대회 포함하면 16전 16패.
그러나 승리가 문제가 아니다. 승점 따기도 버겁다. 14경기 중 승점을 딴 경기는 2022-23시즌 1라운드 맞대결(2-3 패)뿐이다. 최대 승점 42점 중 단 1점만 딴 페퍼저축은행이다.
8일 정관장과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을 앞두고 트린지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항상 이야기하는 것들을 또 한 번 전달했다. 과거는 과거이고 미래는 알 수 없다. 이전의 결과들을 신경 쓰지 말고 당장의 1점, 1점에 집중하자고 말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페퍼저축은행전은 항상 부담스럽다. 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1세트 초반 흐름은 6-2까지 앞서갔다. 그러나 페퍼저축은행의 고질적인 약점, 연속 실점이 나오며 무너졌다. 11-8에서 범실로 시작해 범실로 끝나는 연속 5실점을 허용하며 정관장에 주도권을 내줬다. 또 상대의 연이은 범실로 15-14 역전에 성공했으나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와 지오바나 밀라나(등록명 지아)의 연속 득점을 내주며 주도권을 뺏겼다. 야스민 베다르트(등록명 야스민)이 분전했지만, 박정아가 1점으로 침묵한 게 뼈아팠다.
2세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초반 팽팽한 흐름을 가져가다가 실점이 하나 둘 늘어났다. 박정아 마저 어깨 통증을 느껴 교체됐다. 위기가 올 수 있었으나, 페퍼저축은행은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10-16에서 연속 3점을 가져오고, 14-18에서 연속 4득점을 가져오며 동점을 만들었다. 박사랑의 서브가 정관장 리시브 라인을 흔들었다. 끝이 아니었다. 18-18에서 메가의 연속 범실로 기어코 역전을 만들었다. 상대의 연이은 범실과 교체로 들어온 박은서의 활약 속에 2세트를 가져왔다.
흐름은 2세트까지였다. 3세트 페퍼저축은행의 조직력이 무너졌다. 0-0에서 시작된 염혜선의 서브에서 완전히 맥을 못 췄다. 리시브가 흔들리니 공격이 제대로 될 리 없었고, 상대에 반격 기회를 내주거나 블로커의 손에 막혔다. 야스민만이 제 역할을 해줄 뿐이었다. 3세트 한때 스코어는 17-7, 열 점차까지 벌어졌다. 세트 막판 박은서와 이한비, 야스민이 득점을 연이어 올렸지만 초반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는 건 무리였다. 3세트에만 메가, 지아, 정호영에게 19점을 헌납했다.
4세트에도 최선을 다했으나 돌아온 건 패배였다. 결국 페퍼저축은행은 정관장에 세트스코어 1-3(23-25, 25-22, 16-25, 19-25)으로 패하며 7연패에 빠졌다. 정관장전 창단 첫 승도 다음을 기약했다. 순위 역시 승점 6점(2승 12패)으로 여전히 최하위.
야스민이 21점, 이한비가 11점, 박정아 대신 들어온 박은서가 9점, 엠제이 필립스(등록명 필립스)가 8점, 하혜진이 7점으로 고루 활약했으나 2세트 초반 어깨 통증으로 빠진 박정아의 공백은 분명 컸다. 2점, 공격 성공률 33%, 리시브 효율 9%에 머물렀으나 박정아가 코트에 있고 없고 차이는 컸다.
또 중요한 순간마다 상대 미들블로커 정호영에게 공격이 5개나 막히는 등 블로킹 8-11로 열세를 보였다. 서브 3-4, 범실 20-10, 공격 성공률 40%-45.26%, 리시브 효율 20.88%-34.72% 등 모든 지표에서 열세를 보였다.
트린지 감독은 “좋은 부분도 있었지만 더 잘 해야 하는 부분이 나와야 하는 경기였다”라며 “박정아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는 모르겠는데, 좋지 않았다. 사실 뛰라고 하면 뛸 수 있었겠지만 공격이나 수비할 때 어깨에 무리가 갈 거 같아 뛰지 않는 걸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이길 듯하면서도 지고 있다. 정관장이 페퍼저축은행을 만나 따낸 승점만 이날 포함해 44점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점점 정관장의 승점 자판기가 되어가고 있다.
다음 맞대결에서는 이길까. 4라운드 맞대결은 2024년 1월 11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다.
광주=이정원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