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디에이고의 미스터리, 왜 지금 김하성의 유격수 전환을 발표했나 [MK현장]

현지시간으로 지난 16일, 스프링캠프 첫 공식 훈련을 준비하고 있던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내야수 김하성은 아침에 갑작스런 호출을 받았다. 호출을 받고 들어간 방에는 마이크 쉴트 감독과 A.J. 프렐러 단장이 있었다.

결국 루머로 떠돌던 트레이드가 현실이 된 것일까? 그건 아니었다.

대신 다른 중대한 결정이 전달됐다. 김하성에게 유격수로 다시 돌아가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지난 시즌 주전 유격수로 뛰었던 잰더 보가츠는 2루수로 간다. 김하성과 자리를 맞바꾼 것이다.

김하성과 잰더 보가츠가 맞바꾼 위치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김하성과 잰더 보가츠가 맞바꾼 위치에서 수비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 김재호 특파원

김하성은 “갑자기 불렀다. (유격수로 가게될 줄은) 진짜 몰랐다”며 유격수 전환을 이때 통보받았다고 말했다.

당황스럽기는 보가츠도 마찬가지. 그는 16일 훈련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 “(포지션 변환이)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결과적으로 이는 옳은 선택이다. 지난 시즌 김하성은 좋은 수비수였다. 2루에서 DRS(Defensive Runs Saved) +15, 3루에서 +9, 유격수에서 +3을 기록했다. 2루수와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최종 후보에 선정됐고 유틸리티에서 골드글러브를 받았다.

반대로 보가츠는 지난 시즌 유격수에서 -4의 DRS를 기록했다. 원래 수비가 좋은 선수는 아니었다. 유격수 통산 DRS가 -54다. 2022시즌 +5를 제외하면 모두 0 혹은 마이너스였다.

김하성의 수비는 2루수로 쓰기에는 너무 아까웠고, 보가츠는 반대로 유격수로 쓰기에는 불안한 수비였다. 수비 능력이 좋은 내야수를 유격수로 기용하는 것이 맞다.

냉정히 말해 보가츠는 좋은 유격수는 아니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냉정히 말해 보가츠는 좋은 유격수는 아니었다. 사진=ⓒAFPBBNews = News1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의문 하나. 왜 하필, 지금일까? 그것도 선수들에게 제대로 된 예고도 없이?

두 선수의 포지션을 교체할 생각이었다면, 조금 더 일찍 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었다. 오프시즌 기간 변화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유격수가 익숙한 김하성은 몰라도, 보가츠는 2루가 낯설다. 이번 시즌에만 25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에 대한 예우는 아니다. 동시에 그에 대한 투자가 실패였음을 인정한 꼴이 됐다.

쉴트 감독은 현지시간으로 17일 훈련전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보가츠에게 조금 더 일찍 통보를 했어야한다는 지적에 “그것이 공평할지도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구단 조직 내부에만 공유하는 것으로 남겨둘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의심만 더 키운 답이었다.

김하성의 유격수 전환이 단순히 전력 강화 차원이 아닌, 트레이드 카드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한 결정일수도 있다는 의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앞서 프렐러 단장은 김하성의 트레이드 루머와 관련해 “전화기를 절대 끊지 않고 있다. 어떤 선수에게 어떤 오퍼가 오든 듣고 있지만, 서두르지는 않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여느 단장들이 그렇든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은 설명이었다. ‘쉽게 내줄 생각은 없지만, 오퍼는 듣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중계권 문제로 인한 수익 감소, 이로 인한 선수단 전체 연봉 삭감, 유망주 선수층 확보 등 구단의 여러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생각하면 샌디에이고는 시즌 개막 이후에도 줄곧 트레이드 카드를 만지작거릴 가능성이 높다. 김하성의 유격수 전환은 이때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목적의 선택일 수도 있다.

김하성에 대한 트레이드 시장의 관심은 곧 FA 시장의 온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김하성에 대한 트레이드 시장의 관심은 곧 FA 시장의 온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사진=ⓒAFPBBNews = News1

김하성에게도 나쁜 일은 아니다. 트레이드 시장에서의 관심은 곧 시즌 뒤 FA 시장의 온도와 직결된다. 유격수 전환은 트레이드 카드로서 가치를 높이는 일이자 동시에 FA 김하성의 가치를 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아홉 자리 계약’은 꿈이 아닐 수도 있다.

일단 선수 자신은 이를 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다. 김하성은 “FA는 잘하면 따라오는 것이지, 내가 따라가려고 하면 안좋아질 것”이라며 이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당장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모습이다. “처음 유격수로 갔을 때는 (페르난도) 타티스가 아파서 그랬던 것이다. 지금은 그런 것도 없이 가야한다. 내 포지션이지만, 갑자기 부담도 된다. 우리 팀 내야는 리그 1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많고 경쟁도 치열하다. 어찌됐든 내가 잘해야한다”며 생각을 전했다.

이어 “기분이 좋거나 들뜨고 그런 것은 없다. 계속 해왔던 자리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유격수로 가는 것은 그만큼 팀이 믿어준다는 얘기이기에 잘해야한다”며 각오를 다졌다.

[피오리아(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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