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스스로에게도 기대가 되는 한 해다. 어떤 보직이든 기회만 온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올해 1월 NC 다이노스의 신년회 당시 만났던 김재열의 말이었다. 그리고 그는 약 5개월이 지난 현재 자신의 말을 120% 지키며 또 하나의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를 써내고 있다.
김재열은 사실 올 시즌 전까지 많은 야구 팬들에게 알려진 선수는 결코 아니었다. 묵직한 패스트볼 및 떨어지는 변화구들이 강점으로 꼽혀 2014년 2차 7라운드 전체 71번으로 롯데 자이언츠의 부름을 받았지만, 좀처럼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렇게 그는 2017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하지만 이러한 시련은 프로야구 선수를 계속하고 싶다는 김재열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방위산업체를 통해 군 복무를 마친 그는 사회인 야구 팀에서 활동하며 꿈을 이어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2020시즌을 앞두고 김재열에게 KIA 타이거즈가 손을 내밀었다. 이어 그해 1군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까지 94경기(104.2이닝)에서 2승 3패 1세이브 7홀드 평균자책점 6.36을 기록했다.
이후 김재열은 지난해 11월 야구 인생에서 또 한 번의 이적을 경험하게 됐다. 2차 드래프트에서 NC의 부름을 받은 것. 이 시기 민동근 NC 스카우트 팀장은 “김재열은 전천후 자원으로 1군 경험이 풍부하고 빠른 볼을 던질 수 있는 투수다. 즉시 전력이라 판단해 지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령탑의 기대도 컸다. 2023시즌이 끝나고 진행된 NC의 마무리 캠프 당시 만났던 강인권 NC 감독은 “우완 불펜 자원이 필요했다. 미래보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재열은 지난 1월 NC의 신년회가 끝난 뒤 ”결혼을 한 뒤 가정도 부산에 있었는데, 가족들과 가까워졌다. 여러모로 저에게 좋은 기회가 왔다. 하늘이 도와주신 것 같다. 저 스스로에게도 기대되는 한 해”라면서 “퓨처스(2군)리그에서도 NC와 붙었을 때 잘했다고 생각한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그런 부분 때문에 이번에 기회를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어떤 보직이든 저에게 기회만 온다면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기대감과 함께 결의를 불태웠다.
김재열의 영입은 결과적으로 신의 한 수가 됐다. 비시즌 기간 선발 경쟁을 벌이기도 한 김재열은 불펜에 자리를 잡았고, 시즌 초반부터 연일 쾌투를 선보인 끝에 필승조로 발돋움했다. 기존 필승 공식이었던 류진욱이 주춤했고, 김영규마저 초반 다소 난조를 보인 상황 속에서 김재열의 활약은 NC에 큰 힘이 됐다.
지난 23일 인천 SSG랜더스전(NC 18-6 승)에서는 유의미한 고지와 마주하기도 한 김재열이다. NC가 8-6으로 앞선 8회말 마운드에 오른 그는 1이닝을 1피안타 1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홀드를 수확했다. 올 시즌 개인 10번째 홀드. 김재열이 한 시즌 두 자릿수 홀드를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24일 기준 올해 성적은 40경기(41.1이닝) 출전에 1승 1패 10홀드 평균자책점 1.74 이닝당 출루 허용률(WHIP) 1.06이다.
경기가 끝나고 강인권 감독은 ”(6회말 2사 후 등판해 1.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김영규와 김재열이 중요한 순간 마운드에서 좋은 역할로 역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며 “김재열의 데뷔 첫 10홀드를 축하한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이후 이튿날인 24일 김재열에게 또 하나의 낭보가 전해들었다. 그것은 바로 올스타전 나눔 올스타 팀에 감독 추천으로 선발됐다는 것. 이로써 그의 드라마틱한 스토리는 하나의 챕터를 더 추가하게 됐다. 참고로 올해 프로야구 올스타전은 7월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다.
후보 선수들에게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2011년 도입된 2차 드래프트는 2019년까지 진행되다 한 차례 폐지됐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열리고 있다. 그동안 적지 않은 선수들이 이를 통해 새 기회를 얻었고, 반등하며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당장 김재열의 소속팀인 NC만 살펴봐도 2012년 2차 드래프트로 두산 베어스에서 이적한 이재학이 원조 토종 에이스로 발돋움했으며, 2018년 2차 드래프트에서는 지난해 LG 트윈스 통합우승의 주역이었던 내야 자원 신민재가 두산에서 LG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이제는 김재열이 이들의 뒤를 이어 또 하나의 2차 드래프트 성공 신화를 써내려 가고 있다.
이한주 MK스포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