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직 의료인이 프로권투 메이저 단체 정상을 노렸지만, 아쉽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무패가 깨지면서 데뷔 1530일(4년2개월8일) 만에 처음으로 졌다.
도쿄 고라쿠엔홀에서는 1월21일 세계복싱협회(WBA) 여자 미니멈급(47.6㎏) 챔피언 결정전(2분×10라운드)이 열렸다. 1991년생 34살 동갑 대결 후 구로키 유코(일본)가 웃고 서려경은 좌절했다.
심판 3명은 모두 96-94로 채점했다. 서려경이 4개 라운드에서 우세했지만, 구로키 유코한테 6개 라운드를 내줘 WBA 왕좌를 차지할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구로키 유코는 24승 2무 8패, 서려경은 7승 3무 1패가 됐다.
서려경은 순천향대학교 부속 천안병원 소아청소년과 의사다. 1월20일 WBA 월드 타이틀매치 계체 통과 후 “일과 시합을 병행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같은 날 일본 신문 ‘산케이스포츠’는 “서려경은 4대 기구 (WBA WBC IBF WBO) 챔피언 벨트가 걸린 시합은 물론이고 해외 원정 경기 자체가 처음”이라며 지적했다.
구로키 유코는 알파인 스키 종목에서 2년 연속 전국체전 및 고등학교종합선수권대회(인터하이) 예선을 통과한 일본 엘리트 체육인 출신이다. 나이는 같지만, 서려경이 프로권투 11경기를 치르는 동안 34경기를 뛰었다.
구로키 유코는 17번째 국제기구 타이틀매치를 통해 WBA 미니멈급 챔피언이 됐다. 서려경은 2024년 3월 여자국제복싱협회(WIBA) 미니플라이급 챔피언 결정전이 처음이었고 이번이 두 번째다. 미니플라이급은 미니멈급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큰 무대 경력은 비교가 안 되지만, 차이는 2점에 불과했다. 구로키 유코가 ▲세계복싱평의회(WBC) 유스(23세 이하) 아톰급(46.3㎏) 챔피언 ▲WBC 미니플라이급 챔피언 ▲WBA 세계복싱기구(WBO) 아톰급 통합 챔피언을 지냈다는 것을 생각하면 서려경의 선전은 매우 인상적이다.
서려경은 비록 월드 타이틀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전날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계속 훈련했기 때문에 시합은 문제없다”며 제한된 환경 속에서도 최선을 다한 노력으로 ‘대학병원 의사 겸 복싱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밝힐만한 실력을 보여줬다.
현역 시절 WBC WBA 남자 미니멈급 챔피언을 지낸 오하시 히데유키(60·일본)는 더원 프로모션 신홍균 대표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서려경 선수가 이겼다고 봤다”는 관전 소감을 전했다.
오하시 프로모션은 신세이 프로모션과 함께 이번 대회를 공동 주최했다. 구로키 유코는 신세이 소속 선수다. 오하시 히데유키 대표가 비록 자기 제자는 아니지만, 같은 일본인을 편들지 않고 서려경이 더 나은 경기를 했다고 인정한 것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공식 전적 매체 ‘복스렉’ P4P(체급 불문) 랭킹 1위에 빛나는 글로벌 최강자 이노우에 나오야(32·일본)가 지금 오하시 프로모션 간판스타다. 서려경은 아시아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권투 관계자 오하시 히데유키한테 칭찬을 받은 것이다.
역시 도쿄 고라쿠엔홀에서 직접 경기를 본 사단법인 한국복싱커미션(KBM) 황현철 대표 또한 “경험 부족이 좀 아쉬웠지만, 충분히 잘했다. 조만간 또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며 서려경이 WBA 챔피언 결정전에서 구로키 유코를 상대로 발휘한 기량을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서려경은 2023년 7월 KBM 라이트플라이급(49.0㎏) 챔피언이 됐다. KBM 황현철 대표는 SBS스포츠 및 tvN SPORTS 해설위원 등 국내 최고 권투 전문가로 손꼽힌다.
2020년~ 7승 3무 1패
KO/TKO 5승 무패
2023년 7월 KBM 챔피언 결정전 승리
2024년 3월 WIBA 챔피언 결정전 무승부
2025년 1월 WBA 챔피언 결정전 패배
[강대호 MK스포츠 기자]